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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쫓아야" 삿대질 했던 볼턴···北은 "쓰레기" 맹비난

중앙일보 2018.03.23 15:52
백악관 NSC 신임 보좌관에 내정된 졸 볼턴 전 유엔 주재 미 대사. [연합뉴스]

백악관 NSC 신임 보좌관에 내정된 졸 볼턴 전 유엔 주재 미 대사. [연합뉴스]

 
“새로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와 함께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긴밀한 협의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의 후임으로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명한 데 대한 청와대의 첫 공식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볼턴 전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의례적으로라도 "환영한다"는 말은 끝내 쓰지 않았다. 어렵게 북한과 대화 국면을 조성했는데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볼턴 전 대사의 등장이 호재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출신인 볼턴 전 대사는 예일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 등 공화당 행정부에서 꾸준히 중용됐다. 외교·안보 관련 업무에는 2001~2005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관여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해상 차단의 기본 개념을 제공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마련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05년 미국이 고안한 PSI는 각국이 협력해 핵·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배나 비행기의 이동을 공동으로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볼턴 전 대사는 이어 유엔 주재 대사(2005~06년)로 일하면서 직접 북핵 문제를 다뤘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를 주도한 것이 그다. 1718호는 본격 대북 제재의 효시 격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당시 결의 채택에 반발해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는데 볼턴 대사가 박 대사의 빈 의자를 향해 삿대질하며 ‘북한을 유엔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화를 참지 못했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는 안보리 역사상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고 귀띔했다.
 
그에앞서 2003년 북핵 6자회담 때는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을 지옥이라고 칭하며 김정일에 대해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원색적 비난을 했고, 북측이 “그런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는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반발해 대표단에서 빠졌다. 공직에 몸담고 있지 않았던 2007년에는 북한의 정권 교체와 한국 주도의 통일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볼턴처럼 군축을 주로 한 사람들은 원칙주의자를 넘어 근본원리주의자들이 유독 많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고집 센 사람들이라는 게 외교가의 통설”이라며 “볼턴은 그간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필요시 군사력을 동원해 궤멸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해왔다”고 전했다.
 
이달 초 미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성과를 설명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이달 초 미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성과를 설명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볼턴 전 대사도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보좌관에 지명된 직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 발언은 다 지난 일이고,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볼턴 전 대사의) 자연인으로서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지를 갖고 (회담을)끌고 가려는 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미 간 연쇄 정상회담이라는 중대 이벤트를 총괄 지휘할 볼턴 전 대사의 대북 인식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정부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궁합’도 관건이다. “볼턴 지명 소식을 들은 정 실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두 사람의 스타일은 상반된다. 정 실장은 커리어 외교관 출신으로 통상 업무에 정통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하기 전까지 북핵 문제는 직접 다뤄본 적이 없다. 합리적이고 꼼꼼한 성격에 문서 작업 등에도 강하다. 하지만 볼턴 전 대사는 거침없는 성격의 행동파에 가깝다. 소식통은 “볼턴이 대사 시절 안보리 회의장에서 조는 것도 여러번 목격됐다.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보다는 계속 움직이며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카우보이같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로서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한·미 안보 수장 간 신뢰 구축이라는 과제를 추가로 떠안은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의 언행만 갖고 섣불리 향후 관계를 예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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