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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금리 역전, 선제적으로 금융불안 차단하라

중앙일보 2018.03.23 01:46 종합 30면 지면보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1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1.50~1.75%)는 한국은행 기준금리(1.50%)보다 높아졌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당장 자본 유출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는 국가 간 금리 차이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 환율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두 차례 한·미 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지만 우려했던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었다. 한국 경제가 잘 굴러갈 때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위험이었다.
 

경제 주체는 금리 인상에 대비하고
외부충격 견딜 수 있게 내부 단속을
경제 군살 없애고 기초체력 다져야

하지만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도 어느 정도 동조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145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수출·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한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기엔 무리지만 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한국의 금리 인상도 속도와 폭이 어느 정도냐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상수(常數)가 됐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각 경제 주체는 임박한 금리 정상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대외 경제지표로만 보면 거시경제 여건은 일견 괜찮아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는 71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3948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통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최근 분위기를 고려할 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수출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 전쟁에 취약하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국채를 발행하는 정부의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청년 일자리 대책 등을 위해 추경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새로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세계잉여금 등 여유 자금으로 추경을 편성한다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재정 부담은 피할 수 없다. 결국 재정을 효율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만 쓰는 식으로 정부도 허리띠를 조여야 한다. 재정은 아낌없이 써도 다시 솟아나는 화수분이 아니라 결국 국민이 나눠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는 오랫동안 이어진 흥겨운 ‘저금리 파티’ 분위기에 휩쓸려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난 빚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대출을 받아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투자자들은 이자 부담에 짓눌릴 것이다. 부동산 매물이 많이 나올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때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힘겨워하는 자영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이 금리 인상 같은 충격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따져보기 바란다. 기업 구조조정은 표심을 염두에 두고 미루지 말고 적시에 해야 한다. 경제의 군살을 없애고 튼튼하게 기초체력을 다져 놓아야 외부 충격도 잘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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