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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 없는 택시 도로 위 수두룩…"사고 때 승객 무방비"

중앙일보 2018.03.23 00:01
지난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구청 앞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택시가 크게 부서져 있다. 이 택시에는 에어백이 장착돼 있지 않았다. [사진 대구경찰청]

지난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구청 앞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택시가 크게 부서져 있다. 이 택시에는 에어백이 장착돼 있지 않았다. [사진 대구경찰청]

 
지난 1일 오전 5시8분쯤 대구 수성구청 앞 도로. 승객 2명을 태운 택시가 차량이 드문 새벽 도로를 빠른 속력으로 달리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t시속은 무려 156㎞.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피해 차로를 변경하려다 중심을 잃고 일어난 사고였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사 A씨(28)와 승객 B씨(23·여), C씨(24·여)가 숨졌다.
 
경찰은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택시 운전사의 난폭운전을 꼽았다. 제한속도 시속 60~70㎞인 구간에서 이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력으로 주행한 것이 사고의 가장 큰 이유란 설명이다. 하지만 운전자와 승객 모두 사망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이 택시에 에어백이 장착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망자들은 시속 156㎞로 달리던 차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순간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충격에 노출됐다. 
 
에어백은 일반 승용차의 경우 운전석엔 100%, 조수석엔 99.4%(2014년 기준) 장착돼 있다. 사고시 사망 가능성을 13% 줄여준다. 에어백과 함께 안전띠를착용하면 사망률이 50%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일반 승용차엔 이미 필수 장비인 에어백이 사고 택시엔 장착돼 있지 않았다. 이유는 사고 택시가 에어백 의무 장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택시의 앞좌석(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 장착이 의무화된 것은 지난 2013년 8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관련 조항이 신설되면서다. 이 법 21조 8항에 따라 2014년 8월 8일 이후 출고되는 택시 차량은 앞좌석 에어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고 택시는 2014년 4월 22일에 출고돼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택시 운전사 우종식(70)씨는 "에어백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에어백을 달지 않거나 운전석에만 에어백이 장착된 경우가 흔했다"며 "설치 비용이 100만원 가까이 들어가니 에어백을 옵션에서 빼는 게 당연한 선택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2014년 조사한 결과 전국 택시의 에어백 장착률은 운전석은 53.6%, 조수석은 8.9%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6년 3월 기준으로도 조수석 에어백 설치 비율이 29.1% 정도다. 아직도 전국 25만여 대 택시 중 17만5000여 대가 조수석에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은 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택시 교체 주기가 법인택시는 최대 6년, 개인택시는 최대 9년인 점을 감안하면 5년 뒤인 2023년에야 모든 택시 앞좌석에 에어백이 달린다. .
 
에어백의 효과는 분명하다. 에어백 장착 택시가 늘어나면서 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1년 4만189명, 2012년 4만702명에 이르던 택시 사고 사상자 수는 2014년 3만4957명, 2015년 3만3648명, 2016년 3만2699명으로 감소세다.
 
세월이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택시 앞좌석 에어백 장착이 이뤄지더라도 뒷좌석과 측면 에어백 장착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특히 택시의 경우 승객이 조수석보다 뒷좌석에 탑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뒷좌석 승객을 보호해줄 수 있는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1일 대구 수성구에서 일어난 택시 교통사망사고도 승객 2명 모두 뒷좌석에 타고 있었고 충돌 지점도 정면이 아닌 차량 오른쪽이었다. 현재 뒷좌석·측면 에어백이 설치돼 있는 택시는 장착률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드물다.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김정래 박사는 "에어백의 여러 기능 중 하나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흉기로 돌변하는 핸들이나 유리 같은 차량 부품들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택시 뒷좌석의 경우 유리창이 깨져 파편이 날아들거나 차량 밖으로 튕겨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에어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안전벨트도 꼭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뒷좌석과 측면 에어백의 효과는 관련 연구조차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용기중 경일대 기계자동차학부 교수는 "뒷좌석이나 측면 에어백을 설치했을 때 얼마나 사망자 수가 줄어들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뒷좌석·측면 에어백 장착의 필요성과 경제성이 높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앞좌석 에어백 장착 의무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는 앞좌석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은 택시는 1회 적발시 30일, 2회 적발시 60일, 3회 적발시 90일의 영업 정지 처분을 받는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앞좌석 에어백 의무 설치 대상 택시가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고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에도 행정처분만 받고 형사처벌을 따로 받지는 않는다"며 "에어백 장착 의무를 어겨 사고가 났을 때는 가중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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