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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규제 논의 넉달 미룬 G20 … 비트코인 다시 상승

중앙일보 2018.03.21 23:16 경제 3면 지면보기
21일 암호화폐 시세가 껑충 뛰어올랐다. 주요 20개국(G20) 경제수장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방안 마련을 7월로 연기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시장 미성숙, 조사 더 해야” 결론
돈세탁 등에 악용 가능성은 우려
미국 관세장벽 강화 뜨거운 감자로
김동연 “무역 규제 도미노 경계를”

암호화폐 시세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번 회의에서 암호화폐 규제 방안이 나올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회의 하루 전인 18일 73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20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가 마무리됐지만 암호화폐 규제안 마련은 7월로 미뤄졌다. 당장의 규제 우려가 사라지자 비트코인 가격은 1코인당 9000달러선을 뚫고 9128달러까지 올랐다. 이날 시카코옵션거래소 비트코인 선물가격도 9150원까지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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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도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했다.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60만원(6.3%) 오른 1004만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8%), 리플(2.91%), 퀀텀(4.76%) 등 다른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로 상승했다. 투자회사 밀러밸류파트너스의 존 스파란차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레이더들은 강한 규제안이 발표되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있다”라며 “이들이 암호화폐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았다”고 표현했다.
 
G20은 “각국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시장을 잘 관찰해야 하겠지만, 구체적인 규제를 하기에는 아직 성숙한 시장이 아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암호 화폐 시장 규모가 아직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올해 G20 의장국인 아르헨티나의 프레데리코 스투제네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21일 기자회견에서 “G20 회원국들은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제안하기 전에 조사를 더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라며 7월까지 규제 권고사항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원국은 공동성명(코뮤니케)을 통해 “암호 화폐의 기반 기술이 경제 전반을 향상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지만, 소비자·투자자 보호가 취약하고 조세 회피나 자금세탁 같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우리는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을 이행하고, 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FATF에 이 기준을 점검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국의 규제 차이로 차익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G20 차원의 공조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맹이 빠진’ 회의 결과가 나온 것은 규제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다른 탓이 크다. 독일과 프랑스는 암호화폐 예금·대출 금지, 투자 권장 마케팅 금지 등 구체적인 규제 조치를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반면 일란 고우지파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암호화폐를 규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는 7월 G20 암호화폐 규제 합의안을 도출돼도 각국은 상황에 따라 자체 규제가 허용된다. 로이터는 관계자를 인용해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새 규제라 조심스러워하는 국가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돈세탁과 테러리즘 자금조달 등 범죄 활동에 암호화폐가 이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G20 회원국들이 대체로 공감한다”라며 “암호화폐 거래 투명성 제고 등은 앞으로 회의에서 더 깊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찌감치 준비했던 암호화폐 의제보다 ‘돌발변수’인 미국의 보호무역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은 동맹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철회하라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압박했다. 김 부총리는 “한 국가의 무역 규제가 여타국의 연쇄적인 보복의 상승 작용을 일으켜 ‘무역 규제의 도미노’를 야기할 수 있는데, 이런 ‘높은 전염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19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개별 면담을 갖고 25%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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