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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하고도 반정부 성향이라 탈락?…청와대 녹취록 공개한 대학교수

중앙일보 2018.03.21 20:24 종합 3면 지면보기
 주미(駐美) 경제공사 자리에 응모했던 대학교수가 심사에서 1등을 하고도 과거 보수 성향 시민단체에 참여한 경험 등 때문에 탈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미 경제공사 응모한 통상 전문가 최원목 이대 교수
"블랙리스트적 인사 관리, 공모직에 이념 잣대는 기만"

 
 외교관 출신으로 통상 분야 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21일 언론에 청와대 인사검증팀 직원과의 통화 내역을 공개하며 “과거 정권의 블랙리스트적 인사 관리와 다른게 뭐냐. 선진 통상 기능 유지 차원에서 납득할 국민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미 경제공사는 대사관에 파견된 경제 관료들을 지휘하며 미국과 경제 현안을 처리하는 국장급 자리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공고를 냈고, 최근까지 청와대와 외교부가 인선 작업을 진행했다. 최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심사 결과 최 교수는 2등 후보자를 큰 점수 차이로 앞섰다.
 
 최 교수가 공개한 녹취 파일은 2월 말 최 교수가 청와대 직원과 22분 간 전화로 인사 검증을 받는 내용이 담겨있다. 녹취록에는 최 교수의 언론 칼럼과 시민단체 활동 행적을 문제 삼는 대목이 등장한다. 본인을 청와대 인사검증팀이라고 밝힌 통화 상대방은 “교수님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최 교수가 “그것은 개인 학자로서 얘기를 한 것 뿐”이라며 “공무원이 되면 철저하게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직원은 재차 “최근에도 오히려 (정부 방침과) 어긋나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고, 최 교수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건의나 아이디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직원은 “전문성은 교수님만한 분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정치적 성향이나 이런 것들이, 기고의 논조나 성향이 걱정이다. 보수적인 단체에 계셨는데 왜 갑자기 이 정부에서 경제공사를 나가려고 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나는 정치활동을 한 사람이 아니다. 사회 운동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후 한 차례 더 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기도 했지만 “2002년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라는 단체에 운영회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냐”며 “전문성은 있지만 현 정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검증 자료의) 주 내용”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 교수는 제23회 외무고시,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외무부 북미과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통상 관련 부서에 있었고, 2001년 이대 법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청와대에서) 문제 삼은 단체에는 잠시 참여했을뿐”이라며 “정무직에 대한 코드 인사는 접어둔다고 해도, 공모직에 대해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후보인지 검증하는 것은 통상적인 검증절차에 포함된다”며 “보수 성향이어서 (후보자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유미·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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