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베 지지했던 30대가 '일베 폐쇄론' 주장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8.03.21 18:46
지난 1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일베 사이트 폐쇄 요청.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일베 사이트 폐쇄 요청. [홈페이지 캡처]

공개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임을 밝혔던 윤수황 노무사가 "일간 베스트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인터뷰)는 제가 지난 4년간 후회와 자책을 하며 써 내려 간 반성문"이라며 "제 발언으로 피해를 입었을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로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여성·약자·소수자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게시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2014년 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일베 회원임을 공개하며 “일베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이며 “누구든 참여해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 “노무사로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고, 스스로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졌다고 믿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사람들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나 글들을 읽고 정보를 얻듯이 나도 일베에 올라오는 기사나 글들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며 “나처럼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정치글도 있었고 유머글들도 많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일베에 매력을 느낀 이유를 ‘반발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나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20대에 취업난, 비정규직 문제 등을 겪었다. 그는 "힘든 20대를 보내며 ‘지난 진보정권 10년 동안 대체 무엇을 했길래 이렇게 살기가 힘든가’라는 반발심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윤씨의 믿음은 인터뷰 일주일 뒤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부서졌다. 바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다. 윤씨는일베가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이전의 일베는 보편적 복지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대해 부정적인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논쟁하는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일베에는 극우만 남았다고 말했다. 당시 일베 사이트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으며, 일부 회원들은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유족들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켜 먹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씨는경향신문에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 “누군가 내가 한 인터뷰를 보고 일베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긍정적인 공간’으로 잘못 인식하게 됐을까봐 두렵다”며 “사회적 공공재인 공중파 방송에 나와 일베를 옹호한 내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 1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 폐쇄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현재 이 청원글은 23만여 명의 지지를 받으며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윤씨는 이 보도에서 “나처럼 과거에 일베를 옹호했던 사람도 이제는 일베가 사회적 해악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폐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일베를 폐쇄하지 못한다면 청소년 유해 사이트로라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베 사이트가 본질적으로 유머 사이트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청소년이 합리적인 논의의 과정보다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부터 배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