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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지니 로메티 "AIㆍ데이터 잘 쓰는 당신이 디스럽터"

중앙일보 2018.03.21 17:04 경제 2면 지면보기
“인간 대(對) AI가 아니라, 인간 플러스(+) AI의 시대다. AI를 활용해 엄청난 속도로 학습할 수 있다면 새로운 질서에 파괴되지 않고 디스럽터(disruptorㆍ파괴적 혁신가)가 될 수 있다.”
지니 로메티 IBM CEO가 2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IBM ‘씽크 2018’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IBM]

지니 로메티 IBM CEO가 2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IBM ‘씽크 2018’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IBM]

AI(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의 어머니로 불리는 지니 로메티(61)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4만 여 청중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BM 콘퍼런스 ‘싱크 2018(Think2018)’의 기조연설에서다. ‘똑똑하게 일하라(Putting Smart to Work)’는 주제로 1시간 넘게 무대를 장악한 로메티 회장은 인간과 기업을 돕는 AI의 시대, 일명 ‘왓슨의 시대’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60년을 돌아보면 25년마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는 변곡점들이 있었다”며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변곡점에 다가서 있다”고 말했다. 로메티 회장이 꼽은 첫 번째 변곡점은 반도체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좋아진다고 했던 무어의 법칙(1971년)이다. 반도체 집적 기술은 PCㆍ스마트폰 시대를 불러온 혁신으로 꼽힌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메트칼프의 법칙(1995년)이다.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그 예다.  
 
하지만 로메티 회장은 데이터와 AI가 앞선 두 차례의 변화 못지않게 사람들의 삶을, 특히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 봤다. “현재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는 20%뿐”이라며 “나머지 80%를 가진 여러분(기업)이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확고한 디스럽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묻혀 있는 이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약 2조 달러(2143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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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AI, 커지는 ‘데이터 책임’
콘퍼런스에선 IBM 왓슨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와 IBM의 연구개발 성과가 대거 공개됐다. 현재 영어 외에 독일어ㆍ프랑스어ㆍ일본어ㆍ한국어 등 9개 언어를 지원하는 왓슨은 45개국 20개 산업군에 도입돼 있다. 기업들은 온라인 콜센터 챗봇(대화형 로봇)뿐 아니라, 인사관리 등의 전통적인 업무에도 왓슨 기반 서비스를 활용한다. 의료ㆍ환경ㆍ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전문가 그룹도 늘고 있다.  
IBM Think2018. 박수련 기자

IBM Think2018. 박수련 기자

특히, 암 진단과 치료에 AI를 도입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는 현재 전세계 200개 이상의 병원에서 환자 1만 여명의 치료에 쓰이고 있다. 사람이 다 읽으려면 100년 이상 걸리는 논문과 최신 과학계 발견을 AI는 몇 시간만에 처리한다. AI가 의사의 판단을 돕는 것이다. 게리 리디 미 암학회 회장은 “한 나라에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의사가 4~5명 밖에 없는 저개발 국가에선 왓슨이 의료 접근권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AI는 유전자 맞춤의료 연구에도 활용된다. 크레이그 톰슨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 원장은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뉴욕에 위치한 우리 병원에서 왓슨으로 인종별 유전정보를 연구하고 맞춤의학 분야에서 혁신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IBM 왓슨의 최연소 연구 파트너인 천재 엔지니어 탄메이 바크시(14)는 청소년의 우울증을 조기 진단하고 자살을 예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IBM은 또 이날 바닷 속 플랑크톤의 활동량을 추적해 해양오염 수준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돕는 해양 AI 현미경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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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윤리와 데이터 보안 문제도 과제로 떠올랐다. 로메티 회장은 AI 시대의 데이터에 대해 “책임과 신뢰에 따라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이터 스튜어드십(데이터 관리 원칙)'에 기업들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IBM 리서치의 아빈드 크리시나 디렉터는 “향후 5년 내에 ’편견을 가진 AI‘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편견없는 AI를 개발하는 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IBM은 MIT와 함께 AI의 판단에 편견 요소가 얼마나 있는지 평가하는 도구도 개발하고 있다. 롭 하이 왓슨 CTO는 “AI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서 훈련했는지를 기업과 개발자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 107년 IBM의 미래는
2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IBM ‘씽크 2018’ 컨퍼런스에서는 IBM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왓슨’ 등 AI의 다양한 적용 사례와 미래 기술이 소개됐다. [사진 IBM]

2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IBM ‘씽크 2018’ 컨퍼런스에서는 IBM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왓슨’ 등 AI의 다양한 적용 사례와 미래 기술이 소개됐다. [사진 IBM]

로메티 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 경험을 두루 갖춘 ’IT 여제‘로 통한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제너럴모터스를 거쳐 1981년 IBM에 왔다. 엔지니어로 출발했지만 2000년대 초 컨설팅 사업을 맡아 키우면서 IBM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2년엔 당시 창업 101주년을 맞은 IBM의 역사상 첫 여성 CEO에 올랐다.
취임 후 로메티 회장은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왓슨이 인간을 처음으로 이기자 왓슨의 미래를 준비했다. 2014년 출범시킨 왓슨 사업부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IBM의 사업 전반을 왓슨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러나 숫자는 좀체 따라주지 않았다. 취임 직전 뉴욕 증시에서 주당 183.88달러이던 IBM 주가는 현재 주당 156.2달러(20일 기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선 사퇴 압박도 거세졌다. 게다가 AI 주도권은 구글ㆍ아마존 같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쥐었고, 우버ㆍ에어비앤비 같은 신생 기업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 반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IBM의 지난해 4분기 매출(225억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 201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메티 회장은 강조했다. “IBM도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을 위한 AI를 위해 혁신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데이터 시대에 IBM이 믿는 것(big bet)은 바로 여러분(기업ㆍ전문가)뿐이다.”
  
라스베이거스=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용어사전 > IBM
1911년 뉴욕에서 시계·저울 등을 만들던 회사 CTR에서 출발했다. 토마스 J 왓슨 사장이 1924년 사명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IBM)으로 바꿨다. 최초의 전자타자기(1935년), 대형 컴퓨터 메인프레임(1964년), PC의 전신인 포터블 컴퓨터(1975년) 등을 개발했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수퍼컴퓨터 '딥블루'와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을 이긴 컴퓨터 '왓슨'(2011년) 등도 IBM의 제품이다. 전 세계 직원 40만명이며, 서버·클라우드·IT서비스 등을 통해 지난해 연 매출 791억 달러(약 84조8000억원)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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