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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사랑? 아 예, 열심히 하세요"…뻔한 청춘 로코의 몰락

중앙일보 2018.03.21 10:38
3.1% 시청률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일 종영한 KBS2 월화극 '라디오 로맨스' [사진 KBS]

3.1% 시청률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일 종영한 KBS2 월화극 '라디오 로맨스' [사진 KBS]

KBS2 월화극 '라디오 로맨스'가 20일 초라한 성적표로 종영했다. 인기 아이돌 '하이라이트'의 윤두준과 아역 시절부터 안정된 연기력을 다진 김소현이 주인공으로 나서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첫 회 시청률 5.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 가능성을 보였지만 결국 반 토막에 가까운 3.1%로 끝마쳤다. 시청률이 작품의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라디오 로맨스'의 초라한 성적은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는 더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16부작 월화극 '라디오 로맨스'는 톱스타(윤두준 분)와 그를 라디오 DJ로 앉힌 작가(김소현 분)와의 밀고 당기는 사랑 얘기다. 연기력은 물론 로·코(로맨틱 코미디)가 갖춰야 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 둘 사이에 끼어든 PD와의 삼각관계는 물론이거니와 둘 사이를 방해하려는 잘나가는 부모의 훼방, 결국 위기 극복과 화해. 여기에 가끔 등장하는 라디오 사연자와의 에피소드는 '라디오 로맨스'를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따뜻한 로코로 만들었다.
 
식상한 로코, 이제는 안 본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라디오 로맨스에 담긴 요소들은 로코의 클리셰로 작용했고, 결국 '다른 걸 포기하고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 라디오 작가와 톱스타를 떠올렸을 때 상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로맨스가 이뤄졌다. 둘만의 '꽁냥꽁냥'함으로 전형성을 돌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 [사진 MBC]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 [사진 MBC]

 
시청률 3% 내외인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드라마는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방송사의 '1년 농사' 장르로도 불린다. 그렇기에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졌던 MBC의 파업이 영향을 미쳤을 순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어설픈 연기와 설득력 없는 전개 등은 '위대한 유혹자'의 완성도를 너무나 떨어뜨리고 있다. 이야기 자체도 현실감이 없다. 훤칠한 외모로 모든 여성을 유혹할 수 있는 대기업그룹의 종손 권시현(우도환 분)은 라면 끓이는 법도 몰라 은태희(박수영 분)에게 전화해 묻고 그걸 또 로맨틱하게 그린다. 나 하나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이들에게 몰입할 이가 몇이나 있을까. 공희정 TV평론가는 "이야기의 공감력이 떨어지고, TV의 주 시청층인 중년층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10% 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SBS 월화극 '키스 먼저 할까요?'는 뻔한 로코와는 다르다. '솔직한 중년들의 멜로가 풋풋한 청춘 멜로를 눌렀다'는 식의 분석이 많지만 이렇게 도식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배우들의 무게감도 흥행에 한몫했지만 '키스 먼저 할까요?'에 담긴 중년의 허전함은 둘 사이의 멜로에 현실감을 더했다. 본인처럼 병들어 죽어가는 강아지와 넓은 집에 홀로 사는 손무한(감우성 분)과 침대 위에서 "가릴 게 많은 나이"라는 40대 중반의 스튜어디스 안순진(김선아 분)의 사랑이기에 어색하고 서툴러도 설득력이 있다.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랄까.
 
SBS '키스 먼저 할까요' [사진 SBS]

SBS '키스 먼저 할까요' [사진 SBS]

 
지난해 방영된 KBS2 월화극 '쌈, 마이웨이'(최고시청률 13.8%)도 마찬가지다. 청춘들의 사랑을 그렸지만, 그 기저에는 스펙이 없어 '쌈마이' 취급당하는 청년 세대들이 일상적 아픔들을 두루 담았다. "개뿔도 모르는 이력서 나부랭이가 꼭 내 모든 시간을 아는 척하는 것 같아서 분해서 짜증 난다", "신데렐라 계집애는 이젠 드라마에서도 안 먹혀요. 진짜 현실에서는요, 지 인생 피 터지게 사는 자수성가 또라이형 여자들이 수두룩 짱짱하다고. 그니까 유리구두는 개나 주라고" 등 명대사는 당시 고구마 같은 일상에 사이다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개인적인 연애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멜로물에 대해 대중은 '둘이 좋아하고 헤어지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지점을 보여준다거나 다른 장르와 엮이지 않는 멜로는 더 이상 호응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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