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범경기 부진? 시험중인 현진!

중앙일보 2018.03.21 05:00
지난 12일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친 LA 다저스 류현진. [스캇데일 AP=연합뉴스]

지난 12일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친 LA 다저스 류현진. [스캇데일 AP=연합뉴스]

1승 1패, 5와3분의2이닝 9실점, 평균자책점 14.29.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의 시범경기 현재 성적이다. 6일 열린 비공식 경기(2와3분의2이닝 1실점)까지 합치면 세 경기 연속 아쉬운 결과를 냈다. '부진'이란 표현을 충분히 쓸만하다. 하지만 그 단어를 쓰는 게 옳을 것 같진 않다.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은 '시험'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첫 등판인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56개의 투구 중 커브를 7개(12.5%) 던졌다. 2회 2사 데이비드 달과의 승부에서는 커브 3개를 구사해 삼진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정규시즌(15.6%)과 비교하면 투구비율은 비슷하다. 눈에 띈 것은 커브의 회전수였다. MLB.com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 커브의 평균 분당 회전수은 2422회였다. 하지만 이날은 2551회였다. 류현진은 기존에 던지던 "커브보다 회전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낙폭은 다소 줄더라도 빠른 공과 최대한 비슷한 궤적을 그리다 스윙을 유도하는 공으로 쓰기 위해서다. 제구가 들쭉날쭉해 시범경기에선 얻어맞았지만 잘 익히기만 한다면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써먹을 만한 무기가 된다.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이 가다듬고 있는 공은 하나 더 있다. 투심 패스트볼이다. 커브가 우타자용이라면 투심은 좌타자용이다. 지난해 류현진은 컷패스트볼을 섞었다. 체인지업은 오른손타자 입장에선 바깥쪽으로 빠져나가지만 왼손타자는 몸쪽으로 몸이 휘어져 들어온다. 상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우타자에겐 효과적이었지만 좌타자에겐 장타를 맞는 원인이 됐다. 투심 역시 방향은 체인지업과 같지만 꺾이는 정도는 적다. 게다가 포심 패스트볼과 속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땅볼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이다. 커브에 비해 투심은 시범경기에서부터 효과를 보고 있다. 7명의 좌타자를 상대해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허용했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왼쪽)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LA 다저스 류현진. [글렌데일 AP=연합뉴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왼쪽)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LA 다저스 류현진. [글렌데일 AP=연합뉴스]

류현진이 이처럼 여유있게 실험할 수 있는 건 팀내 상황 덕분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류현진은 어깨 수술에서 복귀한 이후라 팀내 입지가 좁았다. 마에다, 스캇 카즈미어 등과 5선발 자리를 놓고 다퉜다. 특히 마에다와는 막판까지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불펜 등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시범경기 선발 등판 순서가 사실상 정규 시즌 개막 로테이션의 순서"라고 밝혔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알렉스 우드-마에다 겐타-리치 힐-류현진의 5인 선발 체제를 이미 확정했다는 얘기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시범경기에서 결과에 관계 없이 투심을 활용해보라"는 조언까지 하며 격려했다.
 
류현진의 정규시즌 첫 등판 일정도 사실상 확정됐다. 다음달 3일 체이스필드에서 열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이 유력하다. 18일 신시내티전에서 3이닝 7피안타·2볼넷·2탈삼진·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62개까지 던졌다. 남은 두 차례 시범경기 등판에서는 투구수를 더욱 늘린 뒤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