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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윤옥 여사가 받았다는 ‘주황색 에르메스백’ 진실 공방

중앙일보 2018.03.21 02:30 종합 2면 지면보기
임종규 뉴욕 뉴스메이커 선임기자

임종규 뉴욕 뉴스메이커 선임기자

검찰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세간의 관심은 김윤옥 여사가 받았다는 주황색 에르메스 벌킨백에 쏠려 있다. 1000만원을 훌쩍 넘는 명품 백 속에 달러 뭉치가 들어 있었는지 여부가 진실게임의 핵심이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은 대부분 입을 닫고 있다.
 

미주 한인기자가 말하는 당시 상황
“2007년 MB 친분 신부가 자리 마련
뉴욕 보석상 동포가 선물로 가져가”

일각서 제기하는 ‘가방 속 현금’엔
“김 여사, 안 들어있는 것 직접 확인”

검찰 관계자는 ‘명품 백’을 비롯해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 관련 내용을 일부 확인하긴 했으나 현재로선 수사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있다”고 말했다.
 
이 진실게임엔 김 여사 외에 뉴욕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며 문제의 벌킨백을 마련한 이모(60)씨, 12대 뉴욕교회협의회장을 맡았던 김모(80) 성공회 신부가 등장한다. 김 신부는 MB와 서울시장 시절부터 친분을 유지해 온 종교인이다. 또 뉴욕의 인쇄업자 강모(62)씨의 이름도 언급된다.
 
2007∼2008년 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김윤옥 명품백 사건’을 밀착 취재한 임종규(사진) 뉴욕 뉴스메이커 선임기자를 인터뷰했다(괄호 안 ※표시가 붙은 대목은 편집자 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가운데)과 김효재 전 정무수석(왼쪽) 등이 20일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가운데)과 김효재 전 정무수석(왼쪽) 등이 20일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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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사건의 발단은.
“2007년 여름 김 신부는 MB와의 친분을 이용해 뉴욕 교민과 김 여사를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경기 영어마을 파주캠프’를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김 여사를 만나려는데 선물이 마땅찮았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보석상 이씨에게 ‘당신도 사업에 동참하라’며 ‘빈손으로 가기 뭐하니 선물 될 만한 것을 준비하라’고 말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씨는 손님이 현금 대신 주고 간 1600만원짜리 주황색 벌킨백 새 제품(※이씨는 3000만원으로 주장)을 노란색 보자기에 싸 들고 약속 장소인 서울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으로 향했다.”
 
도림에는 누가 함께했나.
“김 신부와 그의 지인 주모 박사, 이씨, 김 여사와 그의 비서가 함께 앉았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준비한 선물이라며 김 신부가 가방이 든 보자기를 김 여사에게 넘겼다. 김 여사는 ‘혹시 돈이 들어 있으면 곤란하니 안을 봐야겠다’면서 속을 들여다봤고, 모두가 보는 데서 가방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선 비서에게 가방을 넘겼다. 나가는 길에 김 신부는 김 여사에게 영어마을 사업계획서를 따로 전달했다.”(※김 신부는 지난 13일자 뉴욕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방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당시 참석자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화기를 꺼놓고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상태다.)
 
김 여사는 가방을 왜 돌려준 것인가.
“그해 10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의 에르메스 벌킨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하늘색 가방을 사진으로 제시했다. 그 가방은 사위가 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주황색 가방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김 여사가 딸을 시켜 가방을 김 신부에게 돌려보냈다. 이씨는 8개월 뒤 가방을 받았다고 한다.”
 
이씨의 20억원 요구설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이씨는 대선 후 뉴욕을 방문한 김 여사가 자신에게 연락도 하지 않자 동지에서 적으로 돌변했다. 광우병 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 여름 MB의 측근이던 정두언 전 의원 측에 20억원 보상을 요구한다는 말을 전했다. 나중에는 직접 청와대 민원실까지 찾아갔지만 김 여사는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이씨는 한국 고객에게 보석을 비싸게 팔았다고 사기로 고소를 당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이씨는 보석상 문을 닫았고 현재 서울에서 목회 활동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쇄업자 강씨가 정두언 전 의원에게 받았다는 각서는.
“강씨는 2007년 초 MB의 선거운동을 거들었다. 대금 9800만원을 청구했으나 2000만원밖에 받지 못한 강씨가 정 전 의원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고, 정 전 의원이 ‘대선 이후 편의를 봐주겠다’는 각서를 써 준 것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김영민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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