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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성차별 근절” 남성 공무원 81명이 나섰다

중앙일보 2018.03.21 01:46 종합 20면 지면보기
남성공무원으로 구성된 양성평등 보이스단이 지난 19일 구미시청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구미시]

남성공무원으로 구성된 양성평등 보이스단이 지난 19일 구미시청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구미시]

“여성이 성폭력이나 성평등 문제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남성이 나서면 단순히 여성 입장이 아니라 모두의 입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들 남성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전기훈(37) 구미시 평생교육원 주무관
 

구미시, 지자체 최초 방지단 조직
양성평등 문화 전파하고 시책 개발

지방자치단체 남성 공무원들로만 이뤄진 성폭력·성차별 방지단이 구성됐다. 구미시가 부서별로 지원자를 1명씩 모집해 만든 양성평등 보이스단이다. 81명으로 구성된 보이스단의 명칭에는 ‘양성평등 목소리(Voice)를 내다’와 ‘양성평등에 앞장서는 남성들(Boys)’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최근 검찰·문화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구미시에서 조직 내 성폭력·성차별 근절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지난 19일 구미시청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이장호 구미시 가족지원과 과장은 “구미시는 평균 연령이 37세로 30대 이하가 도시 전체 인구의 54%를 차지하는 젊은 도시여서 양성평등 욕구가 높다”며 “그동안 각 지자체에서 성평등을 위한 토론회 등 활동이 많았지만, 남성공무원들끼리 모여 문제점을 토론하고 인식을 바꿔나가는 자리는 없었던 것 같아 보이스단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직렬 및 직급으로 구성된 이들은 부서 내에서 양성평등 문화를 선도한다. 형식적으로만 마련된 자리가 아닌 만큼 정책을 개발하고 수정하는 역할까지 해내겠다는 의지다.
 
보이스단원인 전기훈(37) 평생교육원 주무관은 “지역 사업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성평등 목소리를 내고 싶다”며 “남성 편향적인 예산안이 있다면 여성들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한(32) 구미시 산동면사무소 주무관도 “다른 시의 정책 중 성평등 문제를 잘 다룬 방안이 있으면 조사를 할 것”이라며 “우리도 도입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파악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 2회 성평등을 주제로 한 연극을 하면서 나머지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성평등에 대한 문제 인식과 대처방법 등을 배우기 위해 분기별로 전문강사 초빙 교육도 받는다. 이춘우(34) 구미시 도량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딸이 성인이 됐을 때 여성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지원했다”며 “성평등에 대해 배우면서 아내, 딸, 동료 여성공무원과도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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