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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거짓말 같이 완벽한 사람은 없다

중앙일보 2018.03.21 01:38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 현 경제부 기자

이 현 경제부 기자

JTBC 드라마 ‘미스티’ 인기 덕인지 주변 사람들이 부쩍 기자일에 관심을 보인다. 친구들은 “너도 꼭 성공해서 고혜란처럼 되라”는데 난 아마 안될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군것질을 하고 피곤하면 운동을 거르고 누워버리기 때문에 ‘고혜란 앵커’처럼 날카로운 외모를 보여줄 수 없다. 고혜란을 연기한 배우 김남주도 캐릭터를 위해 다이어트 하느라 반년 가까이 닭고기와 달걀만 먹었다고 한다. 지적인 말투도, 눈빛도, 걸음걸이도 다 연습으로 만든 것이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데 쓴 시간만큼 외모에 공을 들여야 그런 비주얼이 가능하다.
 
뉴스에 대해서도 오해가 좀 있다. 정의구현이나 거악 척결 같은 멋진 말들이 기자를 움직이게 하기도 하지만, 뉴스의 본질은 이야깃거리를 찾아 유통하는 것이다. 다만, 기자도 시민이기에 부정의에 항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부패한 자들의 추악한 진실일 때가 많기에 기사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도 월급 받고 일하는 생활인이지만 열에 한 번쯤은 운 좋게 실적도 내고 세상에 도움도 되는 기사를 쓰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떤 성향의 언론사든 그렇다. 거물들을 쓰러트리는 특종이 돈이 안 된다면 회사에서 월급 주며 취재를 권장할 이유가 없다. 직업병인지 굳이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아 친구들의 환상을 깨뜨려 버리곤 한다.
 
대중이 쉽게 믿고 지지하는 환상은 위험하다. 모든 일에는, 모든 인간에게는 양면이 있다. 너무 완벽한 단면은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여성 잡스’로 알려졌던 테라노스 창업주 엘리자베스 홈즈의 거짓말로 시끄러웠다. 간단한 채혈로 260가지 병을 검사할 수 있다던 테라노스의 진단키트 ‘에디슨’이 사기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인간적인 면모로 남편 아베 총리의 단점을 보완했던 아키에 여사의 사학재단 관련 스캔들로 시끄럽다. 한국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고은 시인을 비롯해 유명인들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이 우러러보던 ‘청담동 주식부자’는 징역 7년이 구형됐다.
 
그렇다고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식으로 분노만 할 일도 아니다. 몇 년간 화낼 일이 많았던 탓인지, 요즘 기사 댓글마다 분노가 넘치는 것 같아서 하는 이야기다. 경험상 분노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기사를 쓴 기자를 욕하는 경향도 있다. 누구나 나만큼 좋은 사람일 수 있고, 나만큼 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면 과열된 감정에 눈이 머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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