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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 도둑질이 철강관세 원인”

중앙일보 2018.03.21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20일 오전 강연에서 ’철강 관세에서 한국은 빠질 것“이라 말했다. [뉴시스]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20일 오전 강연에서 ’철강 관세에서 한국은 빠질 것“이라 말했다. [뉴시스]

“중국에 도넛 가게를 열고 싶은 미국 기업이 있다. 도넛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중국 파트너를 찾고 그에게 도넛 만드는 기술을 알려줘야 한다. 반죽을 어떻게 하고 몇도에서 튀기고, 다 알려줬더니 중국 현지에 도넛가게를 오픈하기도 전에 내 레시피를 사용한 중국인의 도넛 가게가 문을 열었다. 사업을 하려다 기술만 도둑질당한 셈이다.”
 

펠드스타인 하버드 석좌교수 방한
오바마가 시진핑에게 증거 대자
중, 해킹 통한 기술탈취는 중단
대신 기술이전 조건으로 시장 열어
한·일 등 동맹국은 관세 면제될 것

‘미국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마틴 펠드스타인(79)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낸 속내는 중국이 미국 기업들의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더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다.
 
펠드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다년간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해킹 등 사이버기술로 미국 기업의 기술을 훔쳤다.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기술탈취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시 주석도 사실을 인정했다. 그 이후 기술 유출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종종 시장 진입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받는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노하우를 전수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전수받은 기술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때까지 승인을 내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외치면서 뒤로는 중국 정부가 ‘자발적인’ 기술 이전 요구를 금지하도록 협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캐나다 등은 대상국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덤핑이나 수익 급증보다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 한국과 일본, NATO 등 군사동맹국은 면제될 수 있고, 캐나다와 멕시코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카드로만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실업률이 낮고, 임금 상승률도 높지만, 미국 경제는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높은 자산가격 때문이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초저금리를 유지한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보다 70%나 높고 주택 가격도 지난해 6.4% 늘었다”며 “주가 PER이 정상화되면 가계 자산 가치가 10조 달러 줄고, 1~2년간 단기 불황이 이러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자산 가격은 거품 위험이 있고, 실업률도 낮은데 단기 금리가 너무 낮다. Fed가 금리를 3년 전부터 올렸어야 한다. 그랬다면 주식, 채권 가격도 이 정도로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재정적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정도였지만 최근 75% 수준”이라며 “2020년까지 부채비율이 1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내 Fed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3~4차례 인상 전망에 동의한다”라며 “0.25%포인트 증가가 아니라 0.35%포인트씩 세 차례 올릴 수 있다는 식으로 깜짝뉴스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1939년생.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옥스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20여년간 경제학 원론을 가르친 주류 경제학자다. 현재는 하버드대 석좌교수이자 세계적 경제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펠드스타인의 자문을 받아 ‘대통령의 가정교사’로 불리기도 한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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