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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새 ‘미스터 런민비’ … 환율전쟁 앞두고 미국통 발탁

중앙일보 2018.03.20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1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표결로 이강(60) 인민은행 신임 총재가 선출됐다. 2002년부터 15년간 총재를 지낸 저우샤오촨 후임이다.

1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표결로 이강(60) 인민은행 신임 총재가 선출됐다. 2002년부터 15년간 총재를 지낸 저우샤오촨 후임이다.

‘인민은행 사령탑에 이강(易剛·60), 이강 위에 류허(劉鶴·66), 류허 위에 시진핑(習近平·65)’ 이달 중국 공산당 제13기 전국인민대회(전인대)에서 결정된 경제 정책 지도부 인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전인대는 19일 열린 제7차 전체 회의 표결에서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를 신임 총재로 선출했다. 2002년 말부터 15년간 총재를 지낸 저우샤오촨(周小川·70) 후임이다. 저우 전 총재는 보아오포럼 부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 부문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안정성은 유지하도록 신중한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주과제”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또 중국 당국이 보아오 포럼이 열리는 4월 초까지 새로운 ‘개혁 개방’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초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인민은행 총재를 겸직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선택은 실무 경험이 풍부한 내부인사 이강이었다. 류허 부총리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원칙적으로 인민은행 총재의 정년은 65세다.
 
이 총재가 인민은행에 몸을 담은 건 1997년부터다. 통화정책사(司) 사장, 행장조리 등을 거쳐 2008년 인민은행 부총재가 됐다. 10년간 ‘미스터 런민비’ 저우 총재를 도와 중국 금융 개혁과 자유화 정책을 추진해온 실무형 인재다. 저우 전 총재는 재임 시절 이강을 “기본적으로 (인민은행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2014년부터는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을 겸해왔다. 19일 부총리에 오른 류허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과 ‘시코노믹스’ 밑그림을 그리며 호흡을 맞춰본, 여러모로 ‘검증된 인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총재가 중국의 환율시장을 자유화하고 자본시장, 특히 채권시장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958년생인 이 총재는 중국이 문화대혁명 이후 대입 시험을 다시 시작할 때 처음 대학에 진학한 세대다. 1980년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로 6년간 강단에 섰다.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강의를 한 경험 덕에 영어에 능통하다. 국제통화기구(IMF)를 비롯해 국제무대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 위기를 헤쳐나가는데도 ‘미국통’ 중앙은행장이 유리할 수 있다. 데이비드 멀패스 미 재무부 국제문제 담당 차관은 18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이강은 스킬이 풍부한 전문성 있는 리더”라고 평했다.
 
‘미스터 런민비(인민폐)’로 불리는 인민은행 총재의 권한은 막강하다. 인민은행이 관리하는 외환은 지난달 말 기준 3조 달러가 넘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 보유액이다. 지난 17일 전인대에서 통과된 국무원 기구 개편안에 따라 인민은행의 역할은 더 커졌다. 기존 은행감독위와 보험감독위가 통합되며 미시적인 규제를 관할하고, 거시적인 규제·감독 기능과 입법 기능은 인민은행으로 넘어왔다. 왕쥔 중위안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건전성 감독 기능이 강화된 개혁”이라며 “앞으로 모든 금융산업 발전과 안정, 지도부의 설계지침은 모두 인민은행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중국의 환율, 금리 정책은 재경영도소조 판공실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결정한다. 지난해 말 시진핑 집권 2기를 맞아 국무원 금융 안전발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입김은 더 세졌다. 금융 안전발전위원회는 이른바 ‘1행 2회’(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를 총괄하는 기구다. 마카이(馬凱) 전 부총리의 뒤를 이어 금융과 경제를 총괄하는 류허 부총리가 금융 안전발전위원회 주임으로 내정돼있다. 톰 오를릭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이코노미스트는 “이강 총재는 중국 권력층에서 상대적으로 주니어급”이라며 “(이강이 아닌) 류허가 정책 설정과 개혁안에 과감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易剛)
1958년 베이징 태생. 문화대혁명 이후 대입 시험을 다시 시작했을 때 대학에 진학한 1세대로 1980년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따고 6년간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로 재직했다. 1994년 귀국해 베이징대 경제연구센터 교수를 지내다 1997년부터 인민은행에서 일했다. 2008년부터 인민은행 부행장을 맡았다. 2014년부터는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을 겸직했다. 지난 19일 차기 인민은행장에 선출됐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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