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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스티브 잡스’서 사기꾼으로 … 홈스 5억원 과징금, 기소

중앙일보 2018.03.16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2014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 표지에 실렸던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창업자. [중앙포토]

2014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 표지에 실렸던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창업자. [중앙포토]

스티브 잡스의 뒤를 잇는 촉망받는 젊은 창업가에서 사기꾼으로. 엘리자베스 홈스(34)의 추락은 끝이 없다.
 

“피 한 방울로 240가지 병 진단”
허위 광고로 투자금 가로챈 혐의
테라노스 의결권 뺏기고 추가 조사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홈스에 사기 혐의로 50만 달러(약 5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홈스는 허위·과장 정보로 7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혐의를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SEC 처분에 따라 홈스는 테라노스 의결권을 내려놔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어떤 상장사에서도 자리를 맡지 못한다”고 전했다. SEC는 홈스가 제품 시험 과정과 결과를 조작했고 당국을 기만하는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교묘한 사기극을 벌였다고 결론 냈다. SEC는 이번 결정을 법원에서 곧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징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검찰도 홈스와 테라노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추가로 드러나는 혐의점이 있으면 처벌 강도는 더 세질 수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홈스는 월가에서 촉망받는 바이오 벤처 사업가였다. 그는 스탠퍼드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2003년 불과 19세 나이에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를 설립한다. 몇 방울의 피로 콜레스테롤 수치부터 암까지 240가지가 넘는 질병을 진단해내는 ‘에디슨’을 개발한다. 진단 방법도 간단했다. 당뇨 수치를 확인할 때처럼 손끝에서 피 몇 방울만 뽑아내면 됐다. 개별 질병을 진단하는 데도 수천, 수만 달러 비용이 들었던 미국 의료계에 홈스는 돌풍을 일으켰다.
 
화려한 언변과 외모는 그의 주가를 더 올려놨다. 검정 터틀넥(깃이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을 즐겨 입는 애플 공동 창업자 잡스와 패션까지 닮아 ‘차세대 스티브 잡스’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홈스는 조지 슐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같은 거물을 테라노스 이사진으로 앉히며 영향력도 키워갔다. 2015년 4월 영국 더 타임스지는 31세 나이의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뽑았다. 홈스의 얼굴은 수많은 경제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고 여러 언론은 젊은 여성 거부 명단에 그를 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홈스와 테라노스의 실체를 폭로하는 기사를 연이어 보도한다. 테라노스 전 직원은 WSJ의 인터뷰에서 에디슨은 15개 질병밖에 진단할 수 없고 나머지 200여 가지는 다른 회사의 기존 진단 기기를 통해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홈스는 보도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하나둘 사실로 드러났다.
 
혁명적인 의료 진단기 에디슨과 테라노스는 홈스의 사기극으로 귀결되고 있다. 한때 90억 달러로 평가받았던 테라노스 주식(기업 가치)은 휴지 조각이 됐다. 대부분 직원이 해고됐고 임상시험은 중단 상태다. 홈스에게 투자했던 ‘큰손’들의 줄소송도 계속되는 중이다.
 
SEC 샌프란시스코 지부 책임자 지나 최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면서 “테라노스의 이번 사건은 실리콘밸리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며 “혁신적 창업가들이라면 투자자에게 지금 실행 가능한 사실을 얘기해야지 자신이 언젠가 해내고 싶은 일을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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