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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아이가 없는 초고령사회의 비극을 막으려면

중앙일보 2018.03.15 01:43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일본은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7%인 초고령사회다. 학교가 하나씩 사라지고 요양시설이 늘고 있다. 좋은 노인요양병원에 입소하려고 기다리는 ‘대기 노인’들이 어린이집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 아동’의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상황이 심각하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05명으로 역대 최저였고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1970년대 한 해 100만 명이 넘던 출생아 수가 지난해에는 35만7700명이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계속 늘어 총인구의 13%다. 이 중 45%가 빈곤층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노인이 되는 2030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지금의 일본과 비슷해진다. 벌써 어린이집은 줄고 요양원은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어린이집 수는 2013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고 반면 노인요양시설(요양원·공동생활가정)은 2012년 3385곳에서 2016년 5187곳으로 빠르게 늘었다.
 
한국의 고도성장은 전 세계 최장 노동시간으로 일하고 열심히 저축하며 자녀를 교육시킨 베이비붐 세대의 기여가 컸다.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는 1970년 이후 약 2000만 명 증가했다. 그러나 앞으로 2030년까지 약 400만 명 줄어든다. 노동인구가 줄면 초기에는 지금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지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은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 시장 규모가 작아져 국내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기술 발전도 둔화된다. 은퇴한 노인들을 돌보기 위한 젊은 세대의 부담은 점점 커진다.
 
저출산·고령화는 미래 한국이 당면할 가장 큰 위험이다. 정부가 5년마다 대책을 세우고 많은 재원을 투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실패한 원인을 재검토하고 대책을 새로 세워야 한다. 젊은 부모들의 출산과 보육 부담을 덜어 주고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 정책들을 찾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이종화칼럼

이종화칼럼

미혼부모·입양가족·이민가정에 대한 출산·보육 지원과 한국에 오래 체류한 외국인의 이중국적 허용, 외국인 보모와 간병인력의 이민 확대 등 과감한 대책들도 검토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 성공한 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도입해야 한다.
 
일본은 꾸준히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힘썼다. 출산과 보육을 지원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과 기업문화를 바꿨다. 인구가 1억 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총괄하는 장관을 뒀다. 출산율이 2005년에 1.26으로 최저치였으나 꾸준히 올라 지난해에는 1.44였다. 노인간병시설을 계속 늘렸고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 출신 간병사들에게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앞으로 더 많은 노인이 일할 수 있고 차별받지 않는 ‘에이지레스(ageless)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사회에서 출산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출산율은 미래의 경제상황을 낙관할 때 올라간다. 정부의 단기적 지원 못지않게 좋은 청년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한국 경제가 앞으로 계속 번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출산과 양육,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근로환경과 기업문화를 꾸준히 개선하고 가정과 사회에서 양성평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경제형편과 주거환경이 나아지면 출산율이 점차 상승할 수 있다. 지난해에 젊은 공무원이 많고 보육 여건이 좋은 세종시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1.67이었다.
 
일본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개인과 국가가 충분한 준비를 하고 고령사회를 맞도록 힘써야 한다. 노인 빈곤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지 않도록 개인 차원에서 노후 소득 대비를 하도록 유도하고, 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고령자들의 건강 수명은 늘어났고, 일하고 싶은 의욕도 높다. 더 많은 노인이 건강하게 사회에 기여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은퇴 연령을 점차 늦추고 노인 연령도 70세 이상으로 높여 가야 한다. 신기술 발전에 맞춰 노인이 일하기 좋은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는 없고 노인은 넘쳐나는 인구 위기가 닥쳤을 때 대책을 세우려 하면 너무 늦다. 지금 출산율을 높여도 20년 후에나 더 많은 청년을 볼 수 있다.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노인들이 건강하게 살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희망찬 나라를 만드는 과감한 정책들이 필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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