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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 쇼크’, 일자리 정책의 파산 신호탄 아닌가

중앙일보 2018.03.15 01:37 종합 30면 지면보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 어제 통계청이 밝힌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신규 취업자는 10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10년 1월 이후 8년1개월 만에 가장 나쁜 수치다. 고용참사라고 할 만한 이런 결과는 청와대 주도로 밀어붙여 온 일자리 정책이 사실상 파산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지 걱정이다.
 
이미 예견된 대로 3년 내 54.5%를 올린다는 최저임금 공약은 마치 말 앞에 마차를 놓고 앞으로 달리길 바라는 정책실험이었다. ‘시장은 제도를 뛰어넘어 현실에 적응한다’는 말처럼 고용주들은 휴게시간을 늘리고 가족을 일터로 불러냈다. 그래도 못 버티면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 그 결과 숙박 및 음식업 일자리는 지난달 2만2000명 줄어 9개월째 감소 행진을 기록했다. 나아가 이 충격은 최저임금 연관 업종으로 파급돼 도매·소매업은 지난달 9만2000명 감소했다.
 
이같이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및 소득 주도 성장’은 고용 창출은커녕 유지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두더지 잡기식 땜질 보완책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 혈세 3조원을 동원한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최저임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민 앞엔 2월 실업자 126만 명이란 암울한 성적표가 날아왔다. 조선·자동차 구조조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래도 정부의 땜질은 멈출 기미가 없다. 오늘 발표되는 청년 일자리 대책은 추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429조원에 달하는 수퍼예산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또다시 국민 혈세를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땜질 대책은 2003년 이후 28차례 나왔지만 고용 악화를 막지 못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외면한 채 잘못된 정책 노선을 고집한 결과다.
 
무엇보다 공약을 앞세운 일자리의 정치화가 문제다. 문 정부는 공공기관 일자리 81만 개를 공약했지만 막대한 국민 혈세를 퍼부어 철밥통만 양산할 뿐이기 때문이다. 어이없게도 일자리 정부를 만들겠다며 출범한 일자리위원회부터 사실상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을 주도해 온 핵심 인사들이 대거 지방선거에 나가면서 사실상 빈껍데기 위원회가 됐다.
 
기업을 옥죌수록 일자리는 줄어든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47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조용히 국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등 세계 경제가 호조세를 누리는 이때 유독 한국만 실업대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제 ‘J노믹스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기업 하기 좋은 환경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정부 출범 때 딱 한 번 보여줬던 일자리 상황판을 국민에게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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