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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허우퉁’처럼 길고양이와 상생 길 찾는 춘천 ‘효자마을’

중앙일보 2018.03.15 00:30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효자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길고양이.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효자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길고양이. 박진호 기자

 
쇠락한 탄광 지역에서 고양이 마을로 알려지며 관광 명소가 된 대만 ‘허우통(侯硐)’,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이 사는 일본의 고양이 섬 ‘아이노시마(相島)’.
두 마을의 공통점은 주민들이 길고양이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은 덕분에 관광 명소가 됐다는 점이다. 이곳은 CNN이 선정한 세계 6대 고양이 마을로도 유명하다.
강원도 춘천에도 길고양이와 공존을 선언한 마을이 있다. 춘천시 효자1동에 있는 효자마을이다. 이 마을은 이미 벽화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낭만 골목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벽화가 하나둘씩 그려졌다. 현재 1.23㎞가량 이어지는 좁은 골목은 다양한 벽화로 가득 차 있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효자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길고양이.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효자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길고양이. 박진호 기자

 
길고양이 민원 폭주에 상생 방안 모색
 
효자마을이 길고양이와 공존 방안을 찾기 시작한 건 각종 민원 때문이다. 주로 길고양이가 밤새 울거나 쓰레기봉투를 뜯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13일 찾은 효자마을 주변에선 며칠 굶었는지 앙상하게 뼈만 남은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근엔 쓰레기봉투를 뜯어놓은 흔적도 있었다.
음미경 춘천시 효자1동 총무 담당은  “쓰레기봉투를 뜯어놓은 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렸기 때문”이라며 “마을에 100마리가 넘는 길고양이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힘들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담벼락과 계단에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의 고양이 캐릭터 홍비와 홍시가 그려져 있었다. 골목에 구름빵 캐릭터 벽화가 생긴 건 지난해 11월이다.
음 담당은 “고양이 캐릭터를 담벼락에 그린 건 상생 방안을 찾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벽화마을에서 작가들이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의 고양이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사진 효자1동 주민자치센터 ]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벽화마을에서 작가들이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의 고양이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사진 효자1동 주민자치센터 ]

 
효자1동 주민자치센터(주민센터)가 길고양이와의 상생 방안 마련을 서두르는 건 캣맘과 주민들 간의 갈등 때문이다.
그동안 마을에선 ‘밥을 주니 길고양이가 꼬여 밤새 우는 바람에 잠을 못 잔다'. '그럼 굶주린 생명체를 그냥 두느냐’며 캣맘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반복돼왔다. 지난해엔 캣대디와 한 주민의 말다툼이 폭력 사건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주민센터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달 주민들과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위한 회의도 열었다. 
주민센터 측은 올해 안에 급식소 3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급식소 설치와 1년 운영비로 800만원가량이 필요해 예산마련에 힘쓰고 있다.
주민 이모(82)씨는 “생선 뼈가 담긴 쓰레기봉투는 예외 없이 길고양이가 뜯어놓는다”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공간이 생기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이 타워 예상도

고양이 타워 예상도

 
고양이 타워와 놀이터 제작할 계획

고양이 타워도 제작한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정자를 리모델링해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설계도 마친 상태다. 구도심이라 빈집도 많은 점을 활용해 일부 빈집은 고양이 놀이터로 만든다.
오금자 효자1동장은 “효자마을은 주민의 60%가 65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사는 곳으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고양이 급식소 관리를 어르신들에게 맡기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마을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고양이가 좋다’ 작품전. [사진 효자1동 주민자치센터]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고양이가 좋다’ 작품전. [사진 효자1동 주민자치센터]

 
실제 허우통 마을의 경우 1970년까지 대만에서 가장 큰 탄광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고 고양이들만 남았다. 폐허 위기에 처했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한 사진가였다.
2000년대 후반 사진가가 찍은 고양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허우통은 고양이의 성지가 됐다. 이후 고양이 카페와 고양이 기념품 판매점, 식당이 생겨났다. 허우통 마을은 기차가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한 해 5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효자마을도 관광 명소화를 위해 고양이 관련 문화행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고양이가 좋다’를 주제로 5명의 작가가 참여한 작품전을 열었다.
이시야마씨는 몸이 아파 평생 돌봐야 하는 길고양이와 외국에서 입양한 고양이 총 12마리를 키우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이시야마씨는 몸이 아파 평생 돌봐야 하는 길고양이와 외국에서 입양한 고양이 총 12마리를 키우고 있다. 박진호 기자

 
길고양이 돌보는 사람들 이야기 영화 제작

고양이와 공존을 꿈꾸는 마을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된다.
한국과 일본, 대만 길고양이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I am a Cat, 2017)’를 제작한 조은성 감독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이 영화엔 효자마을과 길고양이를 돌보는 데 한 해 2000만원을 쓴 일본인(본지 2월 8일 자 23면) 이시야마다쓰야(31·石山達也)씨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된다. 조 감독은 “차기작으로 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계획을 세우던 중 기사를 통해 이시야마씨를 알게 됐다”며 “3월 말부터 1년간 춘천에서 지내며 촬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기작의 제목은 ‘나는 집사(가제)’다. 
조은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포스터.

조은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포스터.

 
길고양이와 공존을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구도심인 효자1동엔 현재 2161세대, 5226명의 주민이 거주하는데 대부분 낮은 건물이라 고양이 울음소리 등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길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주민들도 상당수다.
주민센터 측은 고양이가 발정기가 되면 울음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TNR’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방침이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수술(Neuter), 방사 (Return)의 약자다.
춘천시는 2016년부터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 사업을 실시 중이다. 현재까지 350여 마리가 중성화수술을 마친 상황이다.
 
김교윤 춘천시농업기술센터장은 “지역마다 길고양이 수가 너무 많아져 지속해서 갈등이 일어나는 만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수술을 확대하고 있다”며 “급식소 설치 등으로 방치됐던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와 운영비 문제 등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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