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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미국 금리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2018.03.15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며칠 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회의(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 등을 근거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때 미국 기준금리는 1.5~1.75%로 한국 기준금리인 1.5%보다 높아진다. 2007년 9월 이후 10여년 만에 최초로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것이다.
 
금리 역전 시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자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유출되며 환율이 급등할 것(원화가치 하락)으로 우려한다. 달러화 자산 수익률이 원화 자산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만큼, 외국인의 한국 투자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의 85% 이상은 주식에 투자돼 있다. 하지만 주식 자금은 내외 금리 변화보다는 경기와 기업실적 전망에 좌우되며, 국제금융시장 투자심리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금리 역전과 관계없이 경제 상황이 건실하고 기업 수익성이 좋다면 얼마든지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15%인 채권 투자 자금은 어떨까. 금리가 낮은 한국 채권을 모두 처분해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중앙은행 등의 장기 투자자들은 위험 분산을 위해 국가별로 투자를 다변화한다. 한국 금리가 더 낮아도 일정수준 투자 비율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다. 더욱이 영국·프랑스 등 국가 신용등급이 같은 나라들과 비교할 때, 한국 금리는 절대 낮지 않다.
 
1990년대 이후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경우는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등 두 차례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대규모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와 주변국의 보복 위협으로 국제적 통상갈등 우려가 커져 있다.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다.
 
가계부채 문제, GM 사태, 반도체 시장 둔화 가능성 등 국내 경제 위협 요인들도 산재해 있다. 금리 역전 상황에서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할 경우 주식·채권 자금이 동반 유출되면서 금융 및 외환시장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이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지정학적 우려가 크게 완화했다. 남은 과제는 경제의 안정적 관리다.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 등에 따른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다음 주에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등을 통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고,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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