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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두 달 … 고용시장 ‘재난 사이렌’

중앙일보 2018.03.15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실업 문제가 재난 수준에 가깝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25일 문재인 대통령도 고용 문제에 대해 ‘재난’이란 표현을 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말대로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서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규모가 전년 대비 10만4000명에 그쳤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0년 1월(1만 명 감소) 이후 8년1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다. ‘고용 쇼크(충격)’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른 고용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6만5000명이다. 올 1월(102만 명) 이후 두 달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 2월 실업률은 4.6%로 지난해 2월(4.9%)보다 다소 호전됐지만, 여전히 4% 후반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이 9.8%로 전년 동월 대비 2.5%포인트 낮아졌지만 이마저도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접수 기간이 예년과 달리 2월 말로 변경돼서다.
 
실업률 조사 대상 기간은 매달 15일이 포함된 1주(일요일∼토요일)다. 만약 이 기간에 공무원 접수 기간이 있어 공시생이 원서를 내면 해당 구직자는 취업준비생에서 ‘구직자’로 바뀐다. 취업준비생은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구직자는 실업자로 간주한다. 2월 말은 실업률 조사 대상 기간이 아니다. 이번에 원서를 낸 공시생은 취업준비생으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서 빠졌다.
 
2월 고용률은 59.2%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65.8%다.
 
고용 시장 악화 이유로 우선 구조조정 여파가 꼽힌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선·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기타 운송장비 등에서 취업자가 줄면서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만4000명 늘어났다. 1월(10만6000명)보다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조선업 불황 및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등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충격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받게 된 데 따른 영향이 아직 고용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대해 40% 이상의 인력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한국GM 문제 역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큰 폭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도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영세 자영업이 몰려 있는 분야에서 1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었다. 지난달 도·소매업 종사자 수는 전년보다 9만2000명, 음식·숙박업 종사자 수는 3만3000명 각각 감소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며 “도·소매업 종사자 감소는 결국 전년 대비 16.3%나 오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지표가 악화일로를 걷자 정부는 몸이 달았다. 일단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년 일자리 대책 보고대회를 열고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도 발표할 예정이다. ‘특단의 대책’이 ‘세금 퍼주기’ 수준이었던 과거 대책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문제가) 돈을 써서 될 사안이었다면 진작에 해결됐을 것”이라며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무원 증원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용 보전은 한시적 대책일 수밖에 없다”며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기업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하남현·허정원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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