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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 “트럼프, 철강 관세 한ㆍ미 FTA 협상 지렛대로 사용할 것”

중앙일보 2018.03.14 09: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철강 관세 부과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하고 있다.”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마치고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마치고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철강 수출국에 날린 ‘관세 폭탄’을 두고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이 내린 평가다. 관세 면제 대상국 명단에 들기 위한 한국 정부의 막후 노력, 남ㆍ북과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서 긴밀해지고 있는 한ㆍ미 관계도 ‘트럼프식 논리’대로라면 관세 문제를 풀어가는 데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한국을 방문해 13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기조 강연을 맡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중국 정치 체제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주제였다. 강연을 마친 그를 인터뷰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ㆍ외교ㆍ안보ㆍ경제를 모두 다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며 “외교 따로, 경제 따로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위험을 짊어지고 북한 지도자와 회담해 결과를 냈다.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답을 한국에서 하라’는 식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전망대로라면 한국 통상ㆍ경제 당국은 앞으로 밀려올 더 큰 파도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철강 관세 면제 처분을 받은 캐나다ㆍ멕시코ㆍ호주와 한국의 처지는 다르다고 했다. “캐나다ㆍ멕시코와는 이미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돌입한 상태고, 호주의 경우 미국 철강 기업이 호주에 수출하는 액수가 더 많아 관세 규제를 하면 미국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직 연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오는 11월 미국 상ㆍ하원의원 선거(중간선거) 이후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는 사그라들까, 아니면 강해질까. 이 질문에 커티스 전 부사장은 “의미 없다”고 잘라 답했다. “트럼프는 30년 동안 보호무역주의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해지고 약해지고 할 것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과거 몇십 년과 달리 미국이 고립주의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만큼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한국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관세니, 트럼프 정책이니 하는, 어찌 보면 단기적인 사안에 집중하기보다 향후 5년, 10년 한국의 국가적 이익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미국도 중요하지만 통상에 있어 중국은 한국에 더 중요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을지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커티스 전 부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을지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그는 현 경제 상황을 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를 물어보는데 사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오랜 저금리 시대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불어난 빚을 두고 “빙산의 윗부분은 조그맣지만 그 안에 큰 빙산이 자리하듯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빚도 ‘부채 빙산(debt-berg, 빚과 빙산의 합성어)’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25년 이상을 일본ㆍ홍콩 등 현지에서 보낸 아시아 경제 전문가다. 도이체방크·골드만삭스를 거쳐 현재 투자자문사인 스타포트인베스트먼트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걸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까지 전 세계가 동시에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동시다발적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구매관리자지수(PMI), 소비자심리지수 같은 선행 지표는 이미 고점을 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각국 중앙은행은 좀 더 신중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리 정상화(인상)로 가는 큰 물길을 막긴 힘들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미국 금융위기 이후 10년에 걸쳐 진행된 정책이 대변화를 맞고 있다”며 “재정과 통상, 통화정책 전반에 걸쳐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 번 상상해보라 현재 연 2.9%대인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020년 연 4% 아니 5~6%로 갈 수도 있다. 역으로 연 2.3%로 내려갈 수 있지만 4~6% 금리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현재 드러난 부채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커티스 전 부사장은 ’현재 드러난 부채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그는 한국이 부동산ㆍ금융시장 거품 경고가 나오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실험, 핵 실험에도 한국 증시와 부동산 가격은 오른 것을 외부에서 놀랍게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저축은 줄고,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는 상황이라 아마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외환보유액도 늘리는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한국 등 신흥국의 상황은 (선진국에 비해) 낫다”고 보면서도 “전 세계적인 무역ㆍ재정ㆍ이민 등 정책 대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거시경제 변수가 생길 경우 정책 결정자들로선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대비를 당부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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