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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감원장 “인사 개입 안했다” 5시간 만에 사의 표명

중앙일보 2018.03.13 01:46 종합 2면 지면보기
최흥식

최흥식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던 2013년 지인 아들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이다. 지난해 9월 취임 후 6개월 만으로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명이다.
 

취임 6개월 … 최단기 금감원장
지인 아들 채용에 영향력 행사 의혹
최 “채용비리 조사 수장은 공정해야”

“점수 조작이 부정 … 추천은 아니다”
금감원 잣대 논란에 부담 느낀 듯

최 원장은 이날 오후 5시 입장문을 내고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의혹 자체는 부인했다. 그는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만 해도 최 원장은 단호했다.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오전 10시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채용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본인은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제외한 독립된 특별검사단 구성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최 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임원회의에서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뜻을 전했다. 불과 5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금융 당국의 신뢰 추락에 최 원장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편에선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게 자연스럽지 않다. 형식은 자진사의지만 사실상 경질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장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최 원장과 관련한 논란을 수석실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을 밝혀 왔다. 현재 강원랜드 채용 비리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강도 높게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행위 여부를 떠나 금융권 채용 비리를 감독해야 할 최 원장이 의혹의 중심에 섰다는 게 청와대에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최 원장이 현직에 있는 이상 채용 비리 척결을 내세워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금융권 채용비리 일지

금융당국·금융권 채용비리 일지

금감원은 최근까지 금융권 채용 비리 검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국민은행의 채용 과정에서 ‘VIP 명단’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 결과는 검찰로 이첩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 사장 재직 때 대학 동기 아들의 이름을 하나은행 인사 담당 임원에게 건넸다. 얘기만 했을 뿐 채용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최 원장의 주장이다. 그 동기 아들은 합격해 하나은행에 다니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에서도 (지원자를) 추천만 하는 것은 부정 채용이 아니고 점수를 조작하거나 임의로 기준을 신설한 경우를 부당하다고 봤다”고 선을 그었지만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일었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인사 담당자 입장에선 지주회사 사장이 추천한 지원자를 가볍게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최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 후임자 선정 절차가 시작된다. 사임 뜻을 밝힌 최 원장 대신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금감원 특별검사단은 예정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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