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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측 일제히 ‘뒷돈’ 인정한 배경엔 “공소시효 지나”…검찰 “뇌물 입증 가능”

중앙일보 2018.03.11 09:00
이명박(77) 전 대통령 측이 수십억원대 불법 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 2007년 금품 수수 사실만 인정하는 방향으로 일제히 진술 태도를 바꾸고 있다. 당시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2007년 12월)하기 전이어서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만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미 만료된 상태다.
 
이상득ㆍ이상주 연달아 ‘2007년 뒷돈만’ 인정
이상득 전 의원은 지난 7일 검찰 조사에서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득 전 의원은 지난 7일 검찰 조사에서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83) 전 의원은 지난 7일 검찰 조사에서 2007년 대선 직전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에게 취업 청탁의 대가로 8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다음날 기자들에게 “(이 전 의원이) 불법자금 수수 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이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SD(이상득) 8억원, 이상주 14억5000만원' 등이 적힌 메모와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비망록을 확보했다.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뉴스1]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뉴스1]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48) 삼성전자 컴플라이언스팀장(전무) 역시 지난달 26일 검찰 조사에서 2007년도 혐의 일부만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무가 2007년 대선자금과 각종 청탁 명목으로 11억 5천만원을, 2010~2011년 사이 이팔성 전 회장의 연임 로비 명목으로 3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전무는 검찰에 ”2007년 말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가방을 받아 이상득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말하면서도 2010년 이후 받은 3억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MB측, 왜 ‘정치자금’으로 끌고 가나…“공소시효 만료”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 측은 자신들이 받은 금품이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2007년에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 확정 이전이라서 공무원에게만 해당되는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주 전무는 “기업들이 좋은 의도로 십시일반 모아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특별히 청탁을 바라는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정치자금 부정수수는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 없어도 돈을 받은 사실만 입증되면 성립될 수 있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정치자금법상 부정수수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이미 형사처벌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검찰이 2007년 받은 돈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뇌물죄 역시 2007년 12월 법 개정 전 공소시효가 10년(법 개정 후 15년)으로 이미 지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 ‘사전수뢰ㆍ포괄일죄’로 대응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검찰은 이 전무와 이 전 의원 등의 뇌물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07년과 이후를 구분하지 않고 22억5000만원 전부를 ‘포괄일죄’로 적용하면 공소시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포괄일죄는 성격이 비슷한 여러개의 범죄행위를 한 데 묶어 하나의 범죄로 구성하는 것이다.
 
검찰은 2007년 받은 돈에 대해서는 사전수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이 될 자’가 직무 관련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당선 전에는 사전수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어 이 경우 검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간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둔 이번 주말 이상주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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