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실전회계다] 한국GM 실적 개선하려면
![전국금속노조 한국GM 지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14일 전북 군산시 한국GM 공장 앞에서 공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3/11/30175e47-36cd-41be-8f4c-fabb5ad7ab57.jpg)
전국금속노조 한국GM 지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14일 전북 군산시 한국GM 공장 앞에서 공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스1]
4년 전까지 흑자 내던 회사가
쉐보레 유럽 수출 끊기며 직격탄
연구개발비 바로 비용으로 처리
매출원가율 90% 넘는 비상상황
이동걸 회장의 발언으로 돌아가보면 한국GM에 대한 원가구조 확인이란 크게 두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한국GM의 실적이 망가지게 된 원인이 현재의 원가구조에 있지 않은지 보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원가구조 개선 가능성에다 여러가지 시나리오(GM의 신차배정 물량과 신규투자, 자동차 업계 전망)를 결합해 회생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원가구조 가운데 한국GM이 GM 본사에 송금한 연구개발비 분담액이 문제다. 사실 2013년 이전까지 한국GM이 영업에서 적자를 낸 해는 2012년 한번 밖에 없다.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6300억원의 충당부채를 반영했고, 그만큼 손익계산서에 매출원가가 늘어나는 바람에 영업적자가 난 것이다.
2013년 GM이 글로벌전략에 따라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주로 쉐보레 차를 만들어 유럽에 수출하던 군산공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기대를 걸었던 신형 크루즈 판매마저 늪에 빠지자 공장 가동률은 20%선까지 뚝 떨어졌다. 2014년~2016년까지 3년간 해마다 수천억원의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낸 주요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총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는 동안에도 한국GM은 본사에 총 1조858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송금했다. 독립회사였다면 이렇게까지 연구개발비 지출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자동차회사는 설비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고정비인 감가상각비 부담이 크다. 여기에 해마다 6000억원 안팎의 연구개발비가 고정비로 더해졌다. 반면 GM으로부터 배정받는 생산물량은 도리어 줄었다. 닉 라일리 한국GM 전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GM은 배정받은 물량이 너무 적은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매출원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2009년 90%를 넘어선 뒤 2013년을 빼고는 90%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원가율이 75%~80%, 쌍용차가 8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비싼 부품값-싼 차값 문제도 따져야
하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여전히 매출원가율은 동종업계 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결국 매출원가율 개선을 위해서는 생산물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글로벌 GM 차원에서 전세계 생산법인들에게 연구개발비를 분담시킨다면 일종의 원가배분으로 볼 수 있다. 한국GM이 매년 신차 1.4대 개발비에 해당되는 6000억원대의 비용을 지출하고 전액 매출원가로 처리하고 있다면 그같은 분담액에 걸맞는 물량 배정이 있어야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매출원가율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전가격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GM으로부터 한국GM이 비싼 가격에 부품을 구매한 반면 GM 판매망에 공급하는 차량 수출가격은 싸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이전가격 구조와 내역은 실사과정에서 미국 본사의 협조없이는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국세청이 나선다면 가능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탈세협의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4~5년간 한국GM 차량의 대당 수출가격이 하락세에 있다는 점을 들어 이전가격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재홍 공인회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