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무릎 5㎝ 넘게 벌어지면 문제
놔두면 성장장애·만성통증 불러
시중 보조기는 교정효과 없어
성장판 닫히기 전 수술해야 효과
치료 시기·원인 따라 치료법 갈려
만일 ▶다리가 너무 많이 휘어 걷기 어렵거나 ▶또래보다 유독 작고 ▶다른 곳의 뼈 마디가 두꺼워지고 ▶한쪽 다리의 변형이 유독 심하다면 특정 질환으로 인해 다리가 휘었을 가능성이 크다. 종전에 다리가 부러졌거나 패혈증 등 감염성 질환을 앓았는데 휜 다리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휜 다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영양 결핍성 구루병과 영유아 경골 내반증이 있다. 구루병은 뼈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D가 부족해 발생한다. 태생적으로 비타민D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유식을 늦게 시작한 경우에도 구루병에 걸릴 수 있다. 모유로는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D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비타민D를 보충해 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낫는 경우가 많다.
영유아 경골 내반증은 무릎 안쪽 성장판에 문제가 생겨 다리가 휘는 병이다. 이들 질환은 모두 진행성이라 조기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순혁 교수는 “휜 다리를 방치하면 성장장애를 비롯해 만성 통증, 조기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X선 검사만으로도 두 질환을 쉽게 구분할 수 있으므로 병이 의심되면 꼭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다리 교정 벨트’나 ‘휜 다리 교정기’ 등 다리를 곧게 펴준다는 보조기가 인기를 끈다. 다리 두께에 따라 벨트를 조여 휜 다리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일부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고 광고한다. 가격이 1만~2만원 정도로 저렴한데다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어 휜 다리 자녀를 둔 부모가 많이 찾는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휜 다리 교정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고대안암병원 이 교수는 “휜 다리는 뼈가 변형돼 발생하는 것으로, 근육과 피부를 자극하는 보조기는 관절에 부담만 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창호 교수도 “보조기는 일부 영유아 경골 내반증에서만 효과가 입증됐을 뿐 일반적인 치료방식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료에 쓰는 보조기도 바지처럼 다리 전체를 감싸는 형태로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제품과는 형태와 기능면에서 차이가 크다.
성장 멈춘 뒤엔 뼈를 자른 후 다시 붙여야
만 7세 이후 휜 다리는 보조기는 물론 운동, 자세 교정으로도 바로 잡기가 어렵다. 이 때는 뼈를 직접 다루는 수술을 통해 휜 다리를 치료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수술 시기’다. 성장판이 열려 있으면 나사못·금속판 등으로 성장판 한쪽을 고정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휜 다리를 치료할 수 있다. 나사못을 이용한 수술의 경우, 절개범위가 1㎝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성장이 멈춘 후에는 뼈를 자른 후 다시 붙이는 큰 수술을 해야 한다.
무릎 성장판은 여아는 만 12~13세, 남아는 만 13~14살까지 열려 있다. 다만 성조숙중인 경우에는 10세에도 성장이 끝날 수 있다. 신창호 교수는 “성장판을 다루는 수술은 뼈를 잘라내는 수술보다 수술 범위나 출혈량이 훨씬 작고, 회복 속도도 압도적으로 빠르다”며 “자녀의 휜 다리를 부모 혼자의 힘으로만 고치려 하지 말고 늦기 전에 소아 정형외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