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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일으키는 변화

중앙선데이 2018.03.11 01:00 574호 30면 지면보기
[삶의 방식] 서른 세 번째 질문
전 세계적으로 명상 전도사들이 늘어나면서 마음 들여다보기의 이점들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미 명상은 히피나 이상한 종교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진 지 오래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물론 링크드인의 제프 와이너는 명상을 하는 유명한 기업인 중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명상은 미국의 월스트리스트 같이 명상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곳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명상이 자신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발행하는 잡지는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부는 명상 바람을 다룬 기사에서 명상이 집중력을 높이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창의력과 EQ를 높인다며 그 장점들을 꼽았다.
 
 명상을 포함한 마음의 영역에 대한 대학과 연구소들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는 지난해 말 의과대학 내에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과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필요한 자금과 장비·인력을 투입해 마인드풀니스가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시카고대는 이에 앞서 2016년에 “지혜”를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버클리대도 “더 큰 선(善) 사이언스센터”에서 용서, 감사, 행복, 마인드풀니스, 이타주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는 ‘자비의 헌장(Charter for Compassion)’에 동참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 ‘자비의 헌장’은 영국의 종교학자이자 『축의 시대』『신을 위한 변론』 등의 저자인 카렌 암스트롱이 지난 2008년 TED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소망에서 시작되었다. 카렌 암스트롱은 모든 종교의 핵심은 다른 이들과 공감하는 것이라며, 다른 이들을 나와 같이 대하는 마음이 종교와 삶 속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달라이 라마와 데스몬드 투투 주교를 비롯해 지금까지 200만 명이 넘는 개인들이 헌장에 서명했으며, 전 세계 45개국, 300개 이상의 공동체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공감하는 능력과 자비는 우리 시대가 직면한 분열과 대립·소외를 뛰어넘을 수 있는 우리 안에 내재하는 힘이다.
 
 지난 몇백 년이 눈에 보이는 물질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지금 세계는 이처럼 자비·용서·지혜·명상과 같이 보이지 않는 가치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예전에는 종교와 신비주의, 수행자들의 영역에 속해 있던 가치들이 이제는 일상의 문화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과학과 만나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고 있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행법은 이제 어린아이들의 교실에서도 가르쳐지고 있다. 이는 곧 겉으로 드러난 성공만을 좇는 삶과 사회는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를 행복하게 하지도 못하고, 삶을 지탱해주지도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내 삶의 중심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떤 가치들로 이뤄져 있는지 돌아볼 때다.
 
 
이지현
쥴리안 리 앤컴퍼니 대표, 아르스비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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