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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은 조건부 생존, 인력 40% 이상 감축 요구

중앙일보 2018.03.09 00: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자력 생존을 결정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성동조선에 이어 STX조선까지 정리하면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엄정한 원칙에 따라 은행관리를 추진하되 이에 대한 노사 확약이 없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구계획 등에 대한 노사 확약서 제출 시한은 4월 9일로 못 박았다.
 
이 회장은 “컨설팅 회사가 제시한 인력감축은 40%이지만 산은은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더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TX조선 본사 임직원 수는 약 1300명으로, 520명 넘는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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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이 고강도 자구계획을 요구한 것은 원가 절감만이 STX조선이 살길이라고 판단해서다. STX조선은 중형 탱커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주력 선종으로 하는 중견 조선사다. 기술 면에서 STX조선이 아직 앞서있긴 하지만 중국·베트남 조선업체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탱커선 선가는 바닥을 치고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원가를 낮추지 않고는 앞으로 수주를 한다고 해도 이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 재편도 주문했다.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같은 고부가가치 가스선을 수주할 방법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STX조선은 과거 가스선을 40척 이상 건조한 경험이 있다. LNG선은 전 세계적으로 주문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다만 STX조선이 마지막으로 LNG벙커링선을 수주한 게 2014년이다. 김형진 산은 기업구조조정2실 팀장은 “STX조선이 이 분야에 경험과 능력은 있지만 기술과 설비를 얼마나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급선무다.
 
산은은 “선수급환급보증(RG)은 수주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급하겠다”며 ‘저가 수주 불가’ 원칙을 재확인했다. 저가 수주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조선사까지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STX조선에 따르면 현재도 RG 발급이 되지 않아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물량이 6척에 달한다.
 
신규자금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TX조선은 2월 말 기준 보유 현금이 1475억원으로, 당분간은 버틸 여력이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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