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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MVP, 박지수 5관왕 올랐지만 착잡한 잔칫날

중앙일보 2018.03.09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베스트 5로 선정된 김정은(왼쪽부터), 박혜진, 박지수, 엘리사 토마스, 강이슬과 신인선수상을 받은 이주연(삼성생명). 시상식 직후 사진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수상자들은 이틀 전 팀 해체를 전격 발표한 KDB생명 선수단의 조속한 새 출발을 기원했다. [뉴시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베스트 5로 선정된 김정은(왼쪽부터), 박혜진, 박지수, 엘리사 토마스, 강이슬과 신인선수상을 받은 이주연(삼성생명). 시상식 직후 사진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수상자들은 이틀 전 팀 해체를 전격 발표한 KDB생명 선수단의 조속한 새 출발을 기원했다. [뉴시스]

아산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6연패를 이끈 국가대표 가드 박혜진(28·1m78cm)이 올 시즌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에 뽑혔다.
 

여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시상
박혜진, 2년 연속 통산 4번째 영예
박지수, 최연소 기록 다음으로 미뤄

KDB생명 농구단 18년 만에 해체
다음 시즌까지만 위탁 체제 운영
선수들 “또 다른 희망 왔으면” 눈물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18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박혜진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기자단 투표 98표 중 67표를 얻어 대표팀 동료이자 청주 KB스타즈의 기둥 박지수(20·1m92cm)를 제쳤다. MVP 수상은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이자 통산 4번째(2014·15·17·18년)다. 이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인 정선민 인천 신한은행 코치(7회 수상)에 한 발 다가섰다.
 
박혜진은 올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35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4.5점 5.2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 7위와 도움 2위에 올랐고, 자유투 성공률 1위(90.3%), 3점슛 성공 개수 2위(74개), 평균 출전 시간 1위(38분26초) 기록도 세웠다. 박혜진의 활약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신한은행과 동률을 이뤘다. 박혜진은 “힘들어도 ‘만족하는 순간 끝’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연소 MVP의 꿈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19세3개월의 박지수도 5관왕에 올라 ‘여자농구 차세대 주인공’을 예약했다. 35경기 모두 코트에 서며 평균 14.2득점, 12.9리바운드, 3.3어시스트, 2.5블록슛을 기록했다. 박지수는 우수 수비선수상을 비롯해 윤덕주상, 리바운드상, 블록슛상, 베스트5에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지수가 다음 시즌 정규리그 MVP에 오르면 변연하(20세11개월)를 뛰어넘어 역대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올 시즌 여자농구를 결산하는 잔칫날이었지만 전체적인 행사 분위기는 차분했다. 하루전인 지난 7일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고별전을 치른 KDB생명 선수단을 배려해 농구인들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자제했다. KDB생명은 시상식 이틀 전 “모기업 재정난으로 인해 올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왔던 해체설이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지난 2000년 ‘금호생명 여자농구단’으로 시작해 18년간 여자농구계를 지켜온 노송이 쓰러진 순간이기도 했다.
 
의욕을 잃은 선수들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정규리그 최다 연패(22연패)의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우며 정규리그를 마쳤다. KDB생명 선수들은 당장 오는 12일 선수단 숙소를 비워줘야한다. 한 달 간의 휴가를 마친 뒤 돌아올 곳은 정해지지 않았다. 여자농구연맹은 다음 시즌에 한해 KDB생명 선수단을 위탁 운영해 6팀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만약 그 이후에도 팀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여자농구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양원준 WKBL 사무총장은 “KDB생명으로부터 미리 연락을 받고,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했다”면서 “다른 기업이 선수단을 인수하거나 재창단하는 방법이 이상적이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WKBL이 위탁 운영하면서 프로야구 넥센처럼 네이밍 스폰서를 구해 운영비를 조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KDB생명 선수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모범선수상을 받은 한채진이 눈물을 흘릴 땐 모두 함께 흐느꼈다. 한채진은 “선수들에게도, 감독님에게도 너무 힘든 시즌이었다”면서 “새로운 팀을 만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또 다른 희망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MVP 박혜진도 KDB생명 농구단이 하루 빨리 자리잡길 기원했다. 신선우 WKBL 총재로부터 MVP 트로피를 받아든 그는 “얼마 전 한 팀의 해체가 결정됐다. 같이 코트에서 뛰는 동료로서 안타깝다. KDB생명 선수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자농구 정규리그 시상식 수상자
정규시즌 MVP·자유투상·어시스트상:
박혜진(우리은행)
윤덕주상·우수수비선수상·리바운드상·블록슛상:
박지수(KB스타즈)
득점상·3점슛상·3점 야투상: 강이슬(KEB하나은행)
시즌 베스트5: 박혜진, 강이슬, 김정은(우리은행),
엘리사 토마스(삼성생명), 박지수
신인선수상: 이주연(삼성생명)
지도자상: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프런트상: 한치영 삼성생명 사무국장
기량발전상(MIP): 김단비(KEB하나은행)
외국인선수상: 엘리사 토마스
식스우먼상: 김연주(신한은행)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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