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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의 글로벌 J카페] 백악관 한마디에 한국 통상당국 초긴장...무역전쟁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2018.03.08 10:18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의 발동이 임박했다. 전 세계에 총성 없는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블룸버그 "내일 대통령 서명"
무역전쟁 발발 하루도 안 남아

백악관 "일부 국가 봐줄 수도"
한국 포함 여부 초미의 관심

특히 백악관 대변인의 한마디는 한국의 통상당국을 초미의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8일 오후 3시 30분(한국시간 9일 오전 5시 30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선언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1주일 사이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일부 국가는 봐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케이스별(case by case), 나라별(country by country)로 결정될 것”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 아마도 다른 나라들(possibly other countries)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샌더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가 안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 안보는 흔히 말하는 안보와 다소 차이가 있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지 않고, 한 묶음으로 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경제와 강한 국가 안보를 모두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한 미국 경제는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준다”며 “특히 강한 군사를 유지하고, 국가 안보 차원의 이해관계를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선 계산이 복잡해졌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백악관 대변인이 말한 ‘아마도 다른 나라들(possibly other countries)’에 한국이 포함되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 정부의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 다른 경쟁국들이 고율 관세의 부담에 허덕이는 동안 한국산 철강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정치적인 의미도 크다.
 
하지만 ‘장밋빛 시나리오’에 젖어 있기에는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다른 나라들(possibly other countries)’에 일본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포함되고,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단지 경제적으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외교의 ‘실패’가 부각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철강 관세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한국산 철강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얘기다. 한미 동맹이란 말이 무색해 진다.
 
미국의 입장 변화에는 내부적으로 복잡한 사정이 있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 방침에 반발하며 사표를 던졌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왼쪽)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가운데)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왼쪽)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가운데)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공화당 안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철강 관세 부과와 관련해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시나리오에는 12개국만 꼭 찍어서 53%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도 있었다. 12개국에 한국은 포함되지만 일본ㆍ대만ㆍEU 등은 빠졌다. 한국 입장에선 정치적, 경제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철강수입

철강수입

 
관세 부과 자체는 좋을 것이 없지만, 만일 모든 나라가 대상이 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대응하기가 편하다. 다른 나라들과 힘을 합쳐서 대응하기도 좋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승산도 높아진다.
 
하지만 ‘표적 관세’의 대상이 될 경우엔 여기에서 제외된 다른 나라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미국의 무역통계가 발표됐다. 좋지 않은 신호다. 
 
지난 1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566억 달러로 2008년 10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약 9년 만에 최악이었다. 전달(539억 달러)은 물론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55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무역 불균형 시정’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무역 전쟁을 향한 트럼프의 ‘주먹’에서 한국은 피해갈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 이제 시간은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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