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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첫 '미투' 페이지 운영자 ,"피해 호소 창구 만들고 싶었다"

중앙일보 2018.03.07 13:14
페이스북 '미투' 페이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미투' 페이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네가 나올 때면 난 항상 TV를 돌렸어. 자꾸 들리는 네 소식이 무서웠던 어릴 적을 떠오르게 해서.”
 
7일 페이스북 ‘미투’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중학생 때 지금은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한 남성에게 강제로 키스와 성추행을 당했고, ‘나체 사진을 찍어 보내지 않으면 이 사실을 소문내겠다’고 협박당했다”는 내용이다.  
 
거센 ‘미투’ 바람에 이런 성폭력 피해 고백을 받는 페이스북 전용 페이지와 웹사이트들이 여럿 생겨났다. 피해자들의 글을 받아 운영자의 이름으로 게시하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지난달 24일 만들어진 페이스북 ‘미투’ 페이지다. 7일 오후 1시 현재 5372명이 ‘팔로우(Follow)’ 하고 있다. 이 페이지는 단지 피해자들의 글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 사례가 나온 뉴스 영상이나 피해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웹툰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 페이지의 운영자 고모(28)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이 익명을 보장받을 수 있는 피해 호소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반응이 적었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100개가 넘는 제보가 들어오고 ‘좋아요’가 1000개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는 고씨는 “‘새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처음엔 ‘미투’가 그저 성폭력을 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고발’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읽어도 이해를 할 수 없는 내용이나 너무 대충 쓴 것 등은 거르고 페이지에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스쿨 미투' 페이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스쿨 미투' 페이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학교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만 폭로하는 곳도 있다.
지난달 23일 만들어진 페이스북 ‘스쿨 미투’ 페이지는 7일 오후 1시 현재 팔로우 수가 1079명이다. 한 53세 여성은 “국민학교 4학년 때 옆 반 선생님이 내 가슴을 만졌던 것이 떠오른다”는 글을 올렸다. 운영자 A씨는 “학교는 인간이 전인적 발달을 이루고 사회적 공존의 가치를 배우는 공간임에도 성별이나 권력의 위계에 따라 다양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며 “학교 구성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모든 피해 경험 중 여러분이 직접 겪은 일이나 목격한 일에 대한 내용을 제보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투코리아'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미투코리아'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아예 웹사이트를 만든 경우도 있다. 지난 3일 만들어진 ‘미투코리아’ 홈페이지에는 7일까지 나흘 동안 4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 계정을 통해 로그인한 뒤 글을 쓰는 방식이다.
 
송우영·정용환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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