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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한, 자국민에 화학무기 사용"… '김정남 VX 암살' 제재 단행

중앙일보 2018.03.06 16:18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당한 김정남과 숨지기 직전 이상증세를 표현하는 김정남. [중앙포토]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당한 김정남과 숨지기 직전 이상증세를 표현하는 김정남. [중앙포토]

 김정남 사망 1년 만에 북한 당국의 독극물 VX 암살로 결론지은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공식 제재를 단행했다.
 

대외 원조 금지 등 5개 추가 제재안 5일 발표

미 국무부는 이날 관보에 "미 정부는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해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자국민에게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해온 것으로 결론냈다"며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북한이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자국민'에게 사용했다고 표현했으나 이는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로 암살된 것을 일컫는다고 외신들이 분석했다.  
 
2010년 6월 4일 김정남이 마카오 알티라 호텔 10층 식당 앞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던 모습. [중앙포토]

2010년 6월 4일 김정남이 마카오 알티라 호텔 10층 식당 앞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던 모습. [중앙포토]

미국의 추가 제재는 북한에 대해 ▶대외 원조 ▶무기 판매 및 무기 판매 금융 ▶정부 차관 또는 기타 금융 지원 ▶국가안보 민감 재화 및 기술 수출 등 5대 사항을 중단 및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다. 국무부는 이 제재가 1991년 제정된 '생화학무기 통제 및 생화학전 철폐법'에 따른 것이며 이날 곧바로 시행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다만 대외 원조의 경우 긴급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식량, 농산품 및 농산물에 대해서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외신들은 미국과 북한 간에 무역이나 무기거래가 없기 때문에 대북 제재의 추가적인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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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만난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조치는 미 정부의 강력한 대북 압박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북미 대화 여부가 주목받는 북핵 국면에서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불량국가로서의 면모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다.
 
관보에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달 22일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이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하기 직전이다. 이방카 일행은 23일 한국을 방문해 3박4일 일정 후 26일 귀국했다.
 
이번 제재가 북한의 화학무기 관련 유엔 보고서가 나온 시점에 발표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 제재 전문가패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을 피해 시리아에 화학무기 관련 물자를 공급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은 “화학무기를 개발, 생산, 비축한 것이 없다”며 이 같은 거래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김정남은 지난해 2월13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인 여성 2명으로부터 화학무기인 VX 공격을 받아 살해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인 남성 4명을 암살 지시 및 관여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이들은 모두 도주해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VX 공격에 연루된 여성 2명은 현재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무부 국제안보·비핵산 담당 차관보는 "이번 대북 제재는 적어도 1년간 적용되며, 앞으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지속된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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