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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코리아하우스’ 디자인 무시, 컨테이너로 급히 지어

중앙선데이 2018.03.04 01:17 573호 12면 지면보기
올림픽 문화 홍보는 낙제점
강릉올림픽파크에 지어진 코리아하우스. 디자인 심사 없이 컨테이너로 지었다.

강릉올림픽파크에 지어진 코리아하우스. 디자인 심사 없이 컨테이너로 지었다.

전통 목조 가옥 ‘샬레’ 스타일로 지은 스위스 하우스.

전통 목조 가옥 ‘샬레’ 스타일로 지은 스위스 하우스.

카사 이탈리아.

카사 이탈리아.

산장 같은 오스트리아 하우스.

산장 같은 오스트리아 하우스.

북유럽풍 가구로 꾸민 스웨덴 하우스. [중앙포토, 사진 각국 올림픽위 ]

북유럽풍 가구로 꾸민 스웨덴 하우스. [중앙포토, 사진 각국 올림픽위 ]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경기장을 제외하고 홍보전이 가장 치열했던 곳은 국가별로 세운 ‘내셔널 하우스’다. 참가국 중 17개 국가가 내셔널 하우스를 마련하고서 민간 외교의 장으로 활용했다. 애초 자국 선수단과 미디어를 지원하는 ‘올림픽 베이스캠프’로 출발했으나, 횟수가 거듭할수록 자국 문화를 홍보하는 ‘작은 대사관’으로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나라 이름을 건, 유일무이한 장소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내셔널하우스는 민간 외교의 장
랜드마크 세우겠다던 대한체육회
디자인 아닌 가격 경쟁 거쳐 세워
공들인 외국 건축물에 비해 초라

 ‘코리아하우스’의 경우 컬링센터 등 주요 경기장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강릉올림픽파크 안에 자리 잡았다. 3층 규모의 ‘코리아하우스’는 회색 컨테이너로 지어졌다. 공장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고형 건물처럼 생겼다. 자국에서 공수한 원목으로 전통 가옥인 샬레 스타일로 지은 스위스 하우스, 통나무 산장을 구현한 오스트리아 하우스처럼 자국의 전통과 문화를 전면으로 내세운 내셔널 하우스의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코리아하우스는 지을 때부터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았다. 건립을 추진한 대한체육회가 최저가로 전자입찰에 부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한체육회가 낸 ‘2018 평창올림픽 코리아하우스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위한 입찰 공고에 따르면 낙찰자 선정방법을 “입찰서를 제출한 업체 중 최저가격으로 제출한 자”로 명시했다. 이후 최저가로 낙찰된 업체에 15일 안에 디자인안(계획설계)을 3개 이상을 제출하게 해 그중 하나를 골라 공사 도면을 그리고, 한 달여 만에 코리아하우스를 지었다. 공사비로 17억원이 들었다. 회색 컨테이너 건물 이면에는 ‘디자인 경쟁’ 대신 ‘가격 경쟁’만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밝힌 입찰 공고안의 과업 목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이었다.
 
 “전 세계인들이 모이는 축제의 장인 올림픽에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해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기간 동안 코리아하우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건축업계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7월 건축·문화계 전문가를 모아놓고 코리아하우스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자문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는 컨테이너로 코리아하우스를 짓겠다는 대한체육회의 안을 만류하는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여야하는 대표 건물을 컨테이너로 지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설계 공모전을 진행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건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한다거나, 예외적인 상황임을 들어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일괄로 진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하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디자인안을 놓고 경쟁하는 방식을 권했으나 대한체육회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절차상의 공정성을 이유로 최저가 전자입찰을 진행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진행하다 보니 해외에 나갈 때처럼 예산을 미리 많이 잡아 놓지 못한 데다가, 코리아하우스 부지 자체가 8월 말에 확정되어 조달청 지침에 따라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하기에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총괄하는 건축 코디네이터가 없었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림픽을 위한 시설물이 새롭게 많이 지어졌던 만큼 전체 디자인을 총괄·관리하는 전문가를 뒀어야 했다는 것이다. 명지대 박인석 교수(건축학부)는 “각각의 행정조직에서 필요한 건축물을 그때그때 발주하기에 앞서 어떤 절차를 거쳐 설계를 맡길 것인지, 무엇을 우선시할지 등 디자인 관리 체계부터 만들었어야 했다”며 “여러 이해 관계 탓에 늘 시간에 쫓기기 마련인 행정 절차상에서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 가격 입찰이지만 디자인의 질을 확보할 수 없는 게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인철 건축가(아르키움 대표)는 “코리아하우스를 컨테이너로 지었더라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한국적 정서를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올림픽조직위가 만들어졌을 때 조직위 안에 시설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총괄 건축가의 자리가 아예 없었다는 것만 봐도 건축을 문화로 보는 인식 자체가 여전히 부족함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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