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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험상품도 있네요, 책 팔던 아마존의 영리한 변신

중앙선데이 2018.03.04 01:12 573호 23면 지면보기
[메가 트렌드 2018] 플랫폼 플레이
알리바바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알리바바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가 지난해 7월 항저우에서 연 우수 입점업체 페스티벌 모습. [사진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알리바바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가 지난해 7월 항저우에서 연 우수 입점업체 페스티벌 모습. [사진 알리바바]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세계 최대의 유통 기업으로, 또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로 진화했다. 아마존은 경쟁에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플랫폼 플레이’(Platform Play)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산업을 독식했다. 플랫폼 플레이의 핵심은 표준화된 규격과 개방성에 있다. 기차를 타고 내리는 플랫폼처럼 정해진 규격에만 맞으면 철로 만든 기차든, 나무로 만든 기차든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태우고 무엇을 내릴지는 참여자들이 결정한다. 플랫폼은 빠르고 편리하게 상품과 서비스가 타고 내릴 수 있도록 구조를 제공할 뿐이다. 플랫폼을 갖추면 새로운 사업 진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책을 판매하는 사업자를 모았다가도 게임이나 여행, 심지어 금융상품마저도 판매할 수 있는 것이 플랫폼의 힘이다. 플랫폼 플레이의 성공 요소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모으고, 고객과의 접촉을 긴밀하게 유지하고, 고객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통적인 유통 질서에서는 판매나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에 따라 고객이 모였다. 고객과의 관계도 그 상품에 집중됐다. 그러나 플랫폼 플레이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관계가 핵심이 된다. 그 관계를 잘 만들어낸 기업만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본질은 플랫폼 구축
물건 갖추고 손님 모으는 건 구식

고객부터 모으고 뭘 팔지 살펴야
알리바바·샤오미 등 발 빠른 대처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에서 자동차로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앱. [사진 디디추싱]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앱. [사진 디디추싱]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몇년 안에 ‘중국 최대 자동차 플랫폼 기업’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알리바바가 자동차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콰이디(Kuaidi)에 투자를 진행하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콰이디는 2015년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Didi)와 합병했으며, 현재는 디디추싱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1년 리눅스 기반으로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윈OS를 현재는 자동차, 가전 등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2016년 상하이 자동차의 SUV 차량 룽웨이 RX5에 윈OS를 탑재시키며 중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커넥티드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를 받았다.
 
 윈OS는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연동돼 차에서 직접 물건을 결제할 수도 있다. 운전을 하다가 타오바오 가맹점 커피숍을 지나게 되면 차에서 주문을 한 후 결제까지 가능하다. 운전자가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건넬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포드자동차와 자동차 판매 방식에 대한 혁신도 시도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에서 포드 자동차를 판매하며, 알리바바가 개발 중인 자동차 자판기에서도 포드의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알리바바가 전기차 분야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신차와 차량용품, 부품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이를 오프라인 협력사와 연계하는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알리바바가 자동차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 자동차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이 되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스마트폰의 주기능이 전화가 아닌 것처럼 미래 자동차는 기능의 80% 이상이 교통과 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자동차 생태계의 전방위에 거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올라탈 수 없으면 만들어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꼽힌다. 많은 인디(독립) 개발자를 부호의 반열에 올리기도 했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플랫폼이 공고화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그곳에서 성공을 거둔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구글과 애플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에서 성장 한계를 느낀 기업들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건설해야 했다.
 
 가장 발빠르게 플랫폼 구축에 나선 산업으로는 완성차 업계를 꼽을 수 있다. 구글, 테슬라 등 완성차 업계에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경쟁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완성차 업계도 이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이 택한 방식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오토나 애플의 카플레이처럼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과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이용해 작은 플랫폼을 세우는 전략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영국의 자동차 기업 재규어의 ‘인콘트롤’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안전운전에 필요한 차량 정보와 함께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결합한 서비스였다. 재규어는 인콘트롤을 개방하며 플랫폼으로 발전을 꾀했다. 전자 세계적인 전자지불 업체 페이팔에 결제 서비스를 개방했고, 이를 통해 로열더치쉘 주유소에서 별다른 결제절차 없이도 주유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재규어는 인컨트롤의 사용처를 패스트푸드, 커피숍, 호텔, 주차장 등으로 확대해갈 예정이다.
 
 재규어가 인콘트롤이라는 독자적인 플랫폼 전략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카플레이를 택하면 아이폰 사용자만, 안드로이드오토를 택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만 재규어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 플랫폼을 열어두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모든 스마트폰 이용자가 재규어나 랜드로버를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도 발빠르게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IoT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샤오미가 세계 최대 IoT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선언했다. 샤오미는 2015년부터 사용자경험(UX)을 높이고 IoT 플랫폼 구축을 위해 100개에 달하는 샤오미 생태계 기업에 100억 위안(약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공기청정기, 정수기, 로봇청소기, 자전거 등 수백개가 넘는 스마트 제품이 나왔다. 지금까지 샤오미 IoT 플랫폼에 연결된 기기는 1억대에 육박한다.
 
 
쫓아가면 늦고, 멈추면 죽는다
강력한 플랫폼은 이용자를 강하게 묶어놓는다.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거나 먼저 움직여야 한다. 플랫폼이 경쟁 구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이전 단계에서는 먼저 움직이는 선도기업(First Mover)이 있고, 그 뒤를 빠르게 뒤쫓는 후발주자(Fast Follower)가 존재했다. 후발 주자들은 선도기업의 시행착오를 살펴 본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했다. 하지만 플랫폼을 구축해 이용자를 강하게 묶어 놓는(Lock in) 전략을 구사하는 퍼스트 무버를 패스트 팔로워가 뒤쫓기는 요원하다.
 
 먼저 움직여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은 수퍼플루이드 시대에 승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고도 새로운 변화를 거부한 기업은 도태를 면할 수 없다. 이미 과거 카메라와 필름을 생산하던 미국기업 코닥은 카메라의 대세가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옮겨갈 때도 필름카메라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카메라 생산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반면 캐논과 니콘 등 일본 기업은 발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며 카메라 시장을 잠식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득세하면서 필름 수요도 급격히 감소했다. 2004년부터 미국 내 일반 필름카메라 판매를 중단하고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매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해 2013년 법원 결정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했다. 파산 전인 2011년 51억4800만 달러였던 매출은 2016년 15억4300만 달러로 줄었다. 코닥의 쇠락은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인 기존 강자들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초디지털 시대에 생존전략은 먼저 움직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쫓아가서는 늦고, 멈추면 죽는다.
용어설명
 수퍼플루이드(superfluid) 
물리학 용어로 움직이는 동안 마찰이 전혀 없어 운동 에너지를 잃지 않는 액체인 ‘초유체’를 의미한다. 산업적인 관점에서는 수요와 공급, 생산자와 판매자가 직접 연결되는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중개나 유통 수수료가 사라져 거래 비용이 제로(0)가 되는 반면 정보는 더욱 투명해지면 전통적인 시장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던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결국은 산업 내 중간 과정, 즉 산업 내 가치사슬이 최소화된다. 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중개 비용이나 유통 수수료가 사라지고, 최소한의 시간에 최적의 가격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인 ‘수퍼플루이드 혁명’이다.
 
 
김영석
EY산업연구원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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