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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서울 목동 등 30년 넘은 단지 … 가파르게 오르다 하락세

중앙선데이 2018.03.04 01:00 573호 3면 지면보기
관망세로 돌아선 재건축 아파트 시장
“내진설계도 안 돼 있고 길도 좁아서 소방차가 들어오기 힘들어요. 위험한데도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을 못 할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직격탄을 맞은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에 사는 주민의 얘기다. 3일 오후 3시엔 서울 지하철 오목교역 인근에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모여 정부의 재건축 정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날에도 서울 마포성산시영·노원월계시영 단지 주민들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를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국토부가 이르면 다음주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가 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구조 안전성 비중이 기존(20%)보다 2.5배 오른 50%다. 반면 주거환경 비중은 15%로 절반 이상 줄었다. 주차 공간 부족,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보다 건물의 구조 안전 여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행 시기에 따라 재건축 단지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예상대로 국토부가 다음주 시행에 나선다면 적용 대상은 예비 안전진단(시·군청 현지조사)을 받을 곳만이 아니다. 이 진단을 통과한 뒤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진행 중인 아파트도 들어간다. 구청들은 앞다퉈 재건축 안전진단 업체 선정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명일동 신동아아파트는 다음주인 6일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시행 시기가 이보다 늦어진다면 규제를 비켜갈 수 있다.
 
 정부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건축 단지 가격 오름세는 둔화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19~23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주간 가격 상승률은 0.15%다. 한 주 전(0.78%)보다 상승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안전진단을 진행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2만4358가구)와 노원구(8761가구)의 가격 하락폭이 크다. 특히 양천구는 일주일 전보다 0.54%포인트 하락한 0.15%를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자 전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도 줄었다.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32%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가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재건축 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 팀장은 “연초부터 목동 등 30년 재건축 연한을 채운 단지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 추격 매수세가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역시 “앞으로 안전진단 기준이 깐깐해지면서 아파트가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도 재건축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현금화 시기가 길어지면서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밝힌 매수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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