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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손님 많은데 장사는 안되는 가게 이유가 있다

중앙일보 2018.03.03 09:00
김재홍의 퓨처스토어(2)

데이터의 시대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스토어의 미래 또한 데이터에 달려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전국의 수많은 사장님을 위한 데이터 활용 비기(秘技)를 전수한다. <편집자>

 
왜 장사가 안될까? 왜 내 매장의 매출은 낮은 것일까? 다른 사람들의 매장은 왜 잘 되는데 내 매장만 안되는 것 같을까? 사장님은 항상 고민한다. 4년 전,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 내 앞에 앉아있었다. 이 분은 오랜 경력 동안 열심히 컨설턴트로 일해 목돈을 모았다. 그리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야심 차게 고급 커피숍을 차렸다. 위치도 좋고, 인테리어나 메뉴도 나쁘지 않은데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왜 장사가 안될까. 궁금증을 안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위치도 좋고, 인테리어나 메뉴도 나쁘지 않은데 장사가 안된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 Unsplash]

위치도 좋고, 인테리어나 메뉴도 나쁘지 않은데 장사가 안된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 Unsplash]

 
시간대별 방문객 수, 손님이 매장에서 머무는 시간, 재방문객 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센서를 통해 수집했다. 손님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두 가지 두드러지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손님 평균 체류 시간이 1시간 이상이다. 둘째, 다시 돌아오는 단골손님의 비율이 무려 60%에 달한다. 자,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생각해보자. 무엇이 문제였을까?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오랜 시간을 커피 한 잔만 시켜서 머문다. 회전율이 떨어지고 결국 매출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사장님도 의심만 있었지 이런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한 거 처음이었다. 장사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골손님의 객단가를 높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주에 바로 케이크와 브런치 등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추가했다. 드디어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이 정도 매출로는 커피숍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일 뿐이다. 크게 남기는 장사는 아니었다. 이 정도 입지에서 이 만큼밖에 못 하는 걸까? 사장님은 다시 한번 데이터에서 힌트를 얻고자 관찰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가장 많은 방문객이 오는 시간은 저녁인데… 어라?”
 
평일과 주말을 포함해 가장 많은 손님이 방문하는 시간은 다름 아닌 저녁 시간이었다. 저녁 늦게까지 손님들이 들어왔고, 역시나 이들 모두 1시간 이상 머물렀다. 사장님은 다시 한번 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고급 커피뿐 아니라 저녁 시간에 모이는 손님들을 위해 수입 맥주를 판매하기로 한다.  
 
 
데이터 수집 결과 가장 많은 손님이 방문하는 시간이 저녁시간이었고, 이 손님들을 위해 수입 맥주를 판매하기로 했다. [사진 롯데마트]

데이터 수집 결과 가장 많은 손님이 방문하는 시간이 저녁시간이었고, 이 손님들을 위해 수입 맥주를 판매하기로 했다. [사진 롯데마트]

 
그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이 커피숍은 현재 청담동에서 유명한 라운지 바가 되었다. 사장님의 빠른 판단과 결정이 주효했다. 술은 커피보다 비싸 객단가가 높다. 저녁 시간대에 그곳을 찾는 단골손님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빠른 입소문을 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밌는 사례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커피 브랜드가 있었다. 이 매장은 같은 지역 두 매장의 손님들 패턴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1호점은 고객 평균 체류 시간이 15분 정도지만, 2호점은 평균 체류 시간이 40분이었다. 1호점에서는 많은 고객이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2호점에서는 자리에 앉아 마시고 가는 패턴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본사에선 데이터를 보자마자 두 지점의 성격을 확 바꾸었다. 1호점을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바꿨다. 2호점은 테이블 수를 늘려 더 많은 손님을 수용하게 했다. 동시에 케이크나 쿠키 같은 메뉴를 늘려 고객 만족도까지 높였다.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매장을 바꾸니 역시나 매출이 뛰어올랐다.  
 
이처럼 체류 시간만 명확히 이해해도 손님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보인다. 원래 사람을 알려면 말보다 행동을 보라고 하지 않나. 행동을 보면 진심을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사례를 지켜본 결과, 체류 시간에는 손님이 직접 말해주지 않는 많은 비밀이 담겨있다.  
 
왜 장사가 안될까? 모든 사장님의 스트레스와 고민이 역설적으로 사업을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준다. 다만 이 고민의 끝은 상권과 손님을 바꾸는 싸움이 아니다. 내가 바뀌는 겸손함과 유연함이 필요하다.
 
김재홍 조이코퍼레이션 부사장 press@zoyi.co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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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김재홍 조이코퍼레이션 부사장 필진

[김재홍의 퓨처스토어] 데이터의 시대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스토어의 미래 또한 데이터에 달려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전국의 수많은 사장님을 위한 데이터 활용 비기(秘技)를 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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