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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창에 반한 백 선생 … “남아서 살아볼까 잠시 고민”

중앙일보 2018.03.03 02:30 종합 17면 지면보기
인터뷰 │ 평창 올림픽 금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숀 화이트. 평창=장진영 기자

숀 화이트. 평창=장진영 기자

“올림픽 후에도 (평창에) 남아서 살면 어떨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친절하고 쾌활한 한국인들의 삶에 적응하는 게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거든요.”

음식·사람·날씨 … 평창 모든 게 좋아
한우 생등심 구이 거의 매일 먹어

소치서 매달 놓친 뒤 4년 절치부심
시상대 섰을 땐 영혼 되찾은 느낌

한국 아저씨처럼 사우나 냉·온탕
“그 덕에 올림픽 신기록” 껄껄 웃어

직접 사인한 보드 휘닉스에 기증
아이 태어나면 데려와 보여줄 것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2·미국)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보름 남짓 한국에 머문 동안 평창에 푹 빠졌다고 했다. 화이트는 올림픽 폐막을 며칠 앞두고 휘닉스 스노우파크 내 휘닉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평창의 모든 게 맘에 든다. 음식과 사람, 날씨, 멋진 하프파이프,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완벽한 추억을 만들었다”며 좋아했다.
 
화이트는 뭐든 잘한다. 화이트의 성장사가 곧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진화의 역사다. 더블 백플립(double back flip), 백플립 앤 스핀(back flip & spin), 더블 맥트위스트(double mctwist) 1260 등 그가 처음 선보인 고난도 기술이 후배 선수들의 교과서가 됐다. 지난 14일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그는 97.75점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2006년(토리노)과 2010년(밴쿠버)에 이어 생애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숀 화이트. [연합뉴스]

숀 화이트. [연합뉴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무관에 그쳐 4년을 절치부심한 그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펑펑 울었다. 함께 한 스태프도, 가족도 모두 울었다. 화이트는 “평창시상대 맨 위에 섰을 때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은 느낌이었다”며 “순위를 확인하자마자 부상과 좌절·갈등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앞선 올림픽에서 두 번 우승했을 때도 이번처럼 마음 놓고 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전 테스트이벤트 기간에 중앙일보와 만나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다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지켜 기쁘다. 나는 원래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100점 만점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나에겐 올림픽 금메달이 더 소중하다”며 “평창올림픽 금메달은 지금까지 내가 걸어본 모든 메달 중에 가장 묵직하다. 위엄이 느껴져서 좋다”고 덧붙였다.
 
유명스타답게 팬 서비스도 화끈했다. 평창 곳곳을 누빈 그를 ‘평창 백 선생’으로 불렀다. ‘희다(white)’는 뜻을 가진 그의 성에서 착안한 별명이다. 화이트는 “경기 당일 아침 하프파이프로 가는데 여러 팬들과 마주쳤다.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다 보니,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30분 넘게 걸렸다”며 “팬이 있어야 숀 화이트도 있다. 나에게 소통은 옵션이 아니라 의무”라고 말했다.
 
우승 직후 스태프와 포옹하며 기뻐하는 숀 화이트. [로이터=연합뉴스]

우승 직후 스태프와 포옹하며 기뻐하는 숀 화이트. [로이터=연합뉴스]

훈련을 마친 뒤엔 숙소 인근 사우나로 향하는 게 정해진 일과였다. 한 평창 지역민은 “숀 화이트가 사우나에 자주 왔다. 탕 안에서 한 번 마주쳤는데, 한국 아저씨처럼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가더라”고 귀띔했다. 화이트에게 직접 물어보니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사용하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회복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똑같은 방식이 ‘남성에게 좋은 운동법’으로 알려져 있다”고 알려주자, 화이트는 “그래서 내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나보다”며 껄껄 웃었다.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기념 하기 위해 가족 및 스태프와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숀 화이트(가운데). [UPI=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기념 하기 위해 가족 및 스태프와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숀 화이트(가운데). [UPI=연합뉴스]

화이트가 올림픽 금메달을 되찾을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으로 ‘밥심’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평창 한우 생등심 구이를 거의 매일 먹었다. ‘중독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셰프가 만들어주는 미국식 스테이크와 달리, 직접 굽고 가위로 잘라가며 먹는 한국 식사법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매력이 있다”며 “한국에 머무는 동안 택시를 탔다가 휴대전화를 두 차례나 놓고 내렸는데, 두 번 모두 내 손에 돌아왔다. 이런 경험이 미국에선 불가능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한국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화이트는 인터뷰 직후 자신의 스노보드에 직접 사인해 휘닉스 스노우파크에 기증했다. [장진영 기자]

화이트는 인터뷰 직후 자신의 스노보드에 직접 사인해 휘닉스 스노우파크에 기증했다. [장진영 기자]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화이트는 평창에서 사용한 자신의 보드에 사인해 휘닉스 스노우파크에 기증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찍은 사진과 영상도 편집해 추가로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나와 내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하는 ‘특별한 전시공간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내 장비를 주기로 마음먹었다”며 “평창의 하프파이프는 내가 타본 경기장 중 최고였다. 이곳에서 ‘코리안 화이트’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숀 화이트 기념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데려와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최고 스타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국내외 팬들이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찾았다. [사진 김종학씨]

스노보드 최고 스타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국내외 팬들이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찾았다. [사진 김종학씨]

‘스노보드 황제’는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정식 종목으로 추가된 스케이트보드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화이트는 “스케이트보드는 스노보드보다 먼저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우리 집 뒷마당에 스케이트보드 연습장도 꾸며놓았다”며 “남은 기간 고급기술을 익혀 여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하프파이프의 지배자로서 화이트’를 볼 수 없는 걸까. 그는 “두 종목을 병행할 지, 아니면 한쪽은 내려놓을지 아직은 모른다.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신중히 고민해보겠다”면서도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숀 화이트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숀 화이트는
출생 1986년 9월 3일(미국 샌디에이고)
체격 173㎝·70㎏
종목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별명 설상의 마이클 조던, 나는 토마토
주특기 더블맥트위스트 1260
주요 성적
-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8년 평창올림픽 금메달
- 2012년 X게임,
2018년 스노보드 월드컵 100점 만점
[S BOX] 영화 찍고 음반도 낸 화이트, 연 수입 108억원 넘어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보드의 ‘살아 있는 신’ 숀 화이트는 다재다능한 사나이다.
 
화이트는 영화배우로, 록그룹(배드 싱즈)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얻었다. 2011년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 카메오로 출연했고, 2013년엔 다큐멘터리 영화 ‘더 크래쉬 릴’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2014년 1월엔 음반도 냈다. 사업에도 재능이 뛰어나다.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숀 화이트 엔터프라이즈)를 세워 스케이트보드와 스노보드 관련 장비 및 스포츠 의류를 판매한다. 스키 리조트를 갖고 있고 대규모 뮤직 페스티벌도 개최한다. 매년 스폰서십과 상금, 사업 소득으로 1000만 달러(108억원) 이상 벌어들인다.
 
그의 이름을 딴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게임이 2008년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후속작도 계속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로 연결된 팬은 전 세계에 300만 명이 넘는다. 화이트는 스노보드계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화이트는 “조던은 농구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훌륭한 스타다. 이런 영광스러운 별명은 많은 사람이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조금은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평창=송지훈·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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