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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공평한 부동산 정책은 어디에

중앙일보 2018.03.02 01:50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원배 경제부 기자

김원배 경제부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안이다. 특정 집단이 수혜를 입기도 하고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 정부·여당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내놨다. 당시는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었다.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고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보다 주차장 시설 등 주거환경의 배점을 높였다. 2014년 말엔 국회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3년간 더 유예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저금리를 발판으로 집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정부가 대책을 내도 잘 먹히지 않는 지경이 됐다. 급기야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아파트의 안전진단 기준을 노무현 정부 시절 수준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보도자료의 제목은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였다.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규제를 ‘합리화’한다던 국토부가 이제는 ‘정상화’를 내세운다. 그렇다면 2014년 ‘비정상적’인 정책을 만든 국토부 공무원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나.
 
이번 보도자료엔 정상화하는 이유가 이렇게 나와 있다. “안전진단 기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사회적 자원 낭비와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견 타당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기준 변경으로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로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아파트 중 안전진단을 시작하지 못한 곳의 반발이 심하다. 어떤 아파트는 안전진단도 쉽게 통과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피했는데 좀 늦은 단지는 온갖 규제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안전진단 기준은 소유자의 재산권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인데도 법은커녕 대통령령도 아니다. 국토부 고시로 정한다. 개정 작업도 너무 급박하다. 고시를 고치려면 의견 수렴을 위해 행정예고를 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46조 제3항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 행정예고를 하도록 했지만 이번엔 10일로 당겼다. 뭘 정상화하겠다면 절차도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재건축을 무조건 풀어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적절한 규제도 해야 한다. 하지만 정책은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시장이 나쁘다고 특혜성 조치를 남발하는 것이나 과열된다고 조급하게 기준을 강화하는 것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수긍하는 원칙을 세우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하는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진짜 정상화다.
 
김원배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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