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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푸틴, 시리아·우크라·이란 사태 절대 권력 휘두른다

중앙일보 2018.03.02 00:56 종합 16면 지면보기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 19일 모스크바 북쪽 셀리게르 호수에서 러시아 정교회 축일(신현절)을 맞아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정화의식을 치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대중에게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오토바이와 전투기 조종, 심지어 봅슬레이에 도전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 19일 모스크바 북쪽 셀리게르 호수에서 러시아 정교회 축일(신현절)을 맞아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정화의식을 치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대중에게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오토바이와 전투기 조종, 심지어 봅슬레이에 도전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국제 분쟁 키플레이어로 등장

지난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의 발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 직전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를 전한 AP통신 등은 “르드리앙 장관의 발언은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에서의 러시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지구촌 곳곳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면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에 평화유지군 파견 제지 
 
이같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난달 중순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도 나왔다. 커트 볼커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특별대표는 “모든 게 러시아 정부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자조섞인 말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선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라는 의미였다. 이번 뮌헨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 등 여러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볼커 대표의 말대로 러시아라는 걸림돌에 막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러시아가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 개입하고 있는 국제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북핵 문제, 이란 문제 등 가장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는 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린 지난해 미 대선 개입 문제도 러시아와 얽혀 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과 타협을 하지 못한다면 지구촌에서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번 뭔헨안보회의에서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했지만, 러시아가 여러 국제적 이슈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뒤엔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또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룰을 제멋대로 설정하는 무리수를 두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휴전 결의와 별개로 “동구타 지역에서 하루에 5시간씩 인도적 차원에서의 휴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전역에서 30일간 휴전해야 한다”는 안보리 결정과는 다른 독자적인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알려진 러시아의 휴전안이 제대로 이행되진 않았지만, 외신들은 “시리아에서 현재 가장 많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군을 지원하는 푸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휴전안을 발표한 것은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푸틴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서방 특히 미국과의 직접 충돌의 접점에 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동유럽·중동·동북아에서 추구하는 팽창주의와도 무관치 않다.
 
시리아선 독자적 휴전안 발표 
 
시리아 내전은 현재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을 비롯해 러시아, 미국, 터키, 쿠르드족, 이란, 이스라엘, 이슬람국가(IS) 등 다양한 세력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으로 바꿨지만 푸틴의 야심은 시리아를 기반으로 한 친러 벨트를 중동에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 등과 친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이란과 갈등 관계인 이스라엘 및 사우디 아라비아 등과 친밀한 미국과의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시리아 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푸틴과의 직접 협상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이스라엘 F-16 전투기가 시리아 공격에 의해 격추되자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를 비롯해 터키, 미국, 이스라엘 등 관련국들이 외교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화된 러시아 입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푸틴 대통령의 전략은 친러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를 서방과의 군사적 완충지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푸틴에게 이 지역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을 막기위한 교두보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에도 불구,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에도 점점 깊숙한 개입을 꾀하고 있다. 동북아 패권 다툼에서 소외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의 대북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 등 추가 대북제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도발이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의 또다른 대북 압박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보조를 맞추면서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란 제재 안보리 결의안 거부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중요하고 미국이 대화시작을 위한 요구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그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해왔다. 북한 핵·미사일 발사 중단과 함께 한·미 연합훈련 축소 또는 중단(1단계)에서 출발해 북·미, 남북 대화를 통한 관계 정상화(2단계)를 거쳐 다자협정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 안보체제 논의(3단계)다.
 
이같은 러시아의 글로벌 전략은 유엔 안보리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이다. 지난달 26일에도 러시아는 이란 관련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 정부의 무기 지원을 막기 위한 것으로 영국이 마련하고 미국이 지지한 결의안이었다.
 
노르웨이 프랑크 바케 옌센 국방장관은 “현재 러시아를 빼고는 어떤 정치적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이는 러시아가 그만큼 많은 중요한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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