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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부실 한 달만에 파악하라?…충분한 회계 실사 못하면 GM 처리 산으로 간다

중앙일보 2018.02.28 18:05
 GM공장 폐쇄 반대하는 군산 시민   (군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20일 오전 GM공장 폐쇄 결정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전북 군산 시내에 공장 폐쇄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18.2.20   jaya@yna.co.kr/2018-02-20 10:17:37/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GM공장 폐쇄 반대하는 군산 시민 (군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20일 오전 GM공장 폐쇄 결정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전북 군산 시내에 공장 폐쇄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18.2.20 jaya@yna.co.kr/2018-02-20 10:17:37/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GM에 대한 고금리 대출, GM 본사의 과도한 부품비 수수, 한국GM의 연구개발비 과다 책정 의혹….'
 
산업은행이 한국GM의 회계 실사로 검증하겠다는 현안들이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사실상 기업의 경영 현황과 함께 이 같은 부실 원인 규명 업무까지 맡게 됐다.
 
한국GM은 현재 한 달 만에 실사를 끝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은 최소 석 달은 필요하다고 맞섰다. GM은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 인수 당시 석 달이 넘는 시간을 실사에 썼다. 하지만, 한국GM 실사는 서둘러 끝내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GM 실사는 앞으로 산은이 투입할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피는 게 핵심이다. 또 미국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보려면, 기업을 청산시켰을 때 회수할 수 있는 가치(청산가치)와 계속해서 기업을 운영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계속기업가치)를 파악해야 한다.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크다면, 산은은 더는 자금을 투자해선 안 된다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사 결과 미국 GM 입장에서 한국GM을 청산하는 게 이득이라면, 2015년 러시아·태국에서처럼 결국엔 한국 철수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통상 자동차 기업의 과거 3~5년 치 공장·차종별 수익성과 원가를 분석하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말한다. 앞으로 한국GM이 제시할 경영개선계획이 타당한지 살펴보기 위해 과거 자료를 조사하는 데만 이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달 만에 실사를 끝내달라는 한국GM의 요구는 결국 한국 정부가 충분히 파악되지도 않은 자료를 토대로 혈세 지원 여부를 결정하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꼼꼼하게 측정한 회계 자료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한국GM 처리 방향이 휘둘릴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또 회계법인이 넉넉하지도 않은 시간에 정치권이 제기한 '본사 갑질' 의혹을 해소하는 데 공력을 쏟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경영 실태 파악 업무는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부당 거래 의혹 해소는 회계법인에 맡길 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이 책임지고 나서야 할 이유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회계사는 기업의 가치와 수익성 등을 측정하는 사람이지 수사관이 아니다"라며 "본사의 부당 거래 의혹을 규명하려면 미국 GM 본사에 자료를 요구해야 하므로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벼락치기 공부를 하게 해 놓고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회계법인이 충분한 실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확한 실사 결과가 바탕이 돼야 정부도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국민 혈세를 쓰게 됐을 때, 헐레벌떡 실사한 자료에 기초할 순 없지 않은가.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김도년 산업부 기자

김도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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