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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정농단 폭로 노승일 “국정농단 자료 누구주지? 문재인”

중앙일보 2018.02.28 16:59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내부 고발자인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노승일(42)씨가 그간의 전말을 밝힌 책을 냈다.
 

국정농단 관련자 중 첫 출간
최순실 “명예 쫒으면 돈 따라 와”
박근혜 말하며 신의 언급하기도
정윤회-김관진 친분 관련 대목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해 눈길

국정농단 내부 관련자 중 책을 낸 이는 그가 처음이다. 최씨의 측근이자 부하직원이었지만 돌아서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했고 특검 수사의 ‘도우미’로 불렸다. 
특히 최씨와최씨 딸 정유라씨의 각종 비위를 고발하는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책 제목도 『노승일의 정조준』이다. 책 내용을 되도록 각색없이 그대로 옮겼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비위를 폭로하며 국정농단 수사에 일조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비위를 폭로하며 국정농단 수사에 일조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415페이지 분량의 책은 최씨와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23~24p) 2014년 3월 초. 커피숍에서 만난 최순실은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예의를 갖추며 질문을 했다.  
“체육 재능 기부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일할 수 있겠어요?”  
“네.”  
“남자는 돈보다는 명예를 쫒아야 해요. 명예를 쫒으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이후 노씨는 독일로 간다(2015년 11월). 독일은 최씨가 스포츠 컨설팅업체를 세우고 대규모 재산을 숨기려 한 의혹이 있는 곳이다. 정유라씨가 삼성 지원으로 승마 훈련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노씨는 최씨와 함께하는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밝혔다.  
#(94p) 최순실은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격을 흥정하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나에게 최순실이  
“노 부장. 왜 여기 서 있어?”
“네?”
“저리 가라고.”
나는 자동차 전시장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노 부장. 어디 있었어?”
“나가 있으라고 해서 나가 있었는데요.”
“옆에 있어야지. 머리 무겁지 않아? 뭐하러 들고 다녀 무겁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노승일의 정조준' 책 표지 [중앙일보]

'노승일의 정조준' 책 표지 [중앙일보]

 #(118p) 호텔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최순실이 울기 시작했다. 딸 정유라를 생각하는 듯했다… 세상의 그 어떤 악마도 자식 앞에서는 천사가 되는 것일까.
“유라가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착했는데 신 주임(정유라 전 남편)을 만나고 삐뚤어진 거야.”
“아 네”
“내가 교육부를 이십년을 도와줬는데 자식은 쉽지 않네.”
“아 네. 교육부를요?”
“대통령하고도 가까운 사이에요.”
“지금 박근혜 대통령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오래된 사이예요. 친한 언니 동생이에요.”
“아. 네.”
“우리 아버지(최태민 목사) 돌아가실 때 마지막에 내게 한 말이 신의를 지키며 살라고 했어요.”
 
정유라씨를 만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50p) 정유라는 생각만큼 버릇없지 않았다. 예의도 바르고, 착하고 순수했으며 도와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로워 보였으며 힘들어하는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둘이 나눈 대화도 책에 담았다. 
#(128~129p) 승마장에 도착해 함께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유라야. 박 원장님(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이 그러시는데 너희 아빠(정윤회)하고 형님 동생 한다는데?”
“누가 그래요?”
“박 원장님이.”
“웃기지 말라고 하세요. 생물학적 우리 아빠는 김관진 아저씨하고만 형님 동생 해요.”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라니.
 
#(129p) 나는 정유라에게 어떤 얘기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내가 궁금해하던 것을 슬쩍 물어보았다.
“내가 독일 오기 전에 회장님(최순실) 압구정동 건물에서 며칠 있었는데 건물 좋더라.”
“독일 오기 전에 그 집에서 살았어요. 엄마가 급매로 팔려고 부동산에 알아봤는데 그때 부동산에서 300억 준다고 했어요.”
“와, 300억. 엄청나네. 부자네.”
“원래 가난했는데 할아버지(최태민 목사)가 하남에 엄청 많이 갖고 있던 땅을 팔아서 그 돈으로 청담동에서 살았대요.”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2017년 국회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흘겨보고 있다. [연합뉴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2017년 국회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흘겨보고 있다. [연합뉴스]

노씨는 사실상 최순실의 비서 역할을 하며, 동시에 최순실 비리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은 자료는 민주당에 보낼 계획이었다고 썼다.
 #(168p) 다른 곳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모아온 자료를 정리하며 나는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았다.  
“그럼 누구에게 주려고”
“문재인”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보내는 게 내 계획이었다…그 적기는 바로 2017년 12월로 예정돼 있는 대선 직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실제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여러 자료를 건넸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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