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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부터 이병헌까지…10주기 이영훈에게 띄운 음악편지

중앙일보 2018.02.28 16:14
2008년 세상을 떠난 이영훈 작곡가. 10주기를 맞아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헌정공연이 열렸다. [사진 영훈뮤직]

2008년 세상을 떠난 이영훈 작곡가. 10주기를 맞아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헌정공연이 열렸다. [사진 영훈뮤직]

그의 노래와 노랫말에 대한 음악인과 관객의 사랑의 여전히 뜨거웠다. 27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300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작곡가 이영훈 콘서트'가 열렸다. 2008년 2월 1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영훈(1960~2008)의 명곡들은 100분 간의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당시 그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이문세가 연출한 헌정공연 ‘광화문 연가’가 열린 지 꼭 10년 만에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팬들과 만난 것이다. 
 
공연은 그의 육성으로 시작됐다. 직접 만들고 부른 유일한 노래 ‘깊은 밤을 날아서 2’가 흘러나오자 객석에 탄성이 터졌다. 우두커니 악보만 세워져 있는 무대 위로 “난 어젯밤 꿈속에 남아 그대와 환상을 꿈꾸었네”라는 가사가 겹쳐지며 마치 그가 작업실에 틀어박혀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문세는 내레이션으로 “그림을 그리듯 시를 쓰듯 노래를 지었던 사람”이라고 오랜 음악적 동반자를 소개했다. 이문세는 1985년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시작으로 2001년 13집까지 이영훈과 함께했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시작으로 이영훈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문세. [사진 케이문에프엔디]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시작으로 이영훈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문세. [사진 케이문에프엔디]

또 다른 인연을 지닌 가수들도 무대에 올랐다. 이영훈 노래로 만든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이영훈을 연상케 하는 상훈 역을 맡은 가수 윤도현은 ‘난 아직 모르잖아요’와 ‘휘파람’을, 함께 출연한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어린이 합창단과 ‘보리울의 여름’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표곡 ‘광화문 연가’와 ‘빗속에서’는 소리의 마녀 한영애의 몫이었다. 한영애는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간 그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의 음악을 일상에서 친구처럼 옆에 두고 틈틈이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영애와 윤도현은 10년 전 이영훈이 세상을 떠난 직후 열린 헌정공연에도 출연했던 의리를 변함없이 과시했다. 당시 국내에서 작곡가 한 사람을 위한 헌정공연이 열린 건 처음이었다. 박정현ㆍ김범수ㆍ한동근ㆍ장재인 등 각기 다른 음색을 지닌 후배 가수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이영훈의 노래를 재해석했다.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이영훈이 만든 '옛사랑'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이영훈이 만든 '옛사랑'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한국형 팝발라드의 개척자이자 서정적인 노랫말로 사랑받은 시인으로서의 며모도 부각됐다. 특히 전제덕이 하모니카로 연주한 ‘옛사랑’이나 김설진이 현대무용으로 풀어낸 ‘시를 위한 시’는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가창이 없어도 완벽한 음악인 동시에 자막으로 흐르는 가사를 따로 떼어 읽어도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 되는 신기한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여기에 배우 이병헌이 깜짝 등장해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불러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영훈의 음악을 듣고 자란 뮤지션들도 영상으로 함께했다. 작곡가 조영수는 “가요 코드를 처음 접할 때 이영훈의 곡을 통해 공부했다”고 회고했고, 작곡가이자 작가인 구자형은 “고유한 음악언어와 시어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이영훈이 만든 '시를 위한 시'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이영훈이 만든 '시를 위한 시'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역시나 하이라이트는 이영훈의 페르소나 이문세의 무대였다. 이문세는 “처음 만났을 때 저는 25살, 영훈씨는 24살이었다. 노래가 사랑받으니 매일 작업실에 찌들어있는 시간조차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매일 새로운 노래가 발표되고 사라지는 가요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래를 만들었으니 이 사람, 참 뿌듯할 것”이라며 ‘소녀’와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열창했다. 노래하는 도중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먹먹함을 자아냈던 이문세는 앙코르곡 ‘붉은 노을’을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부를 땐 소년처럼 방방 뛰며 축제를 만끽했다.  
 
이영훈의 아내인 영훈뮤직 김은옥 대표는 “항상 힘이 되어준 팬들을 위해 최소한의 입장료(전석 2만원)만 책정했다. 모두 노 개런티로 흔쾌히 출연해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사랑의 빚을 갚으려 했는데 다시 지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인 이정환 본부장은 “10주기를 맞아 시집과 악보집을 출간할 예정”이라며 “다큐멘터리 역시 제작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영훈 작곡상을 새로 제정하고,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 세워진 노래비를 재정비하는 등의 작업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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