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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푸틴 파워…“러시아 빼곤 국제문제 해결 어려워”

중앙일보 2018.02.28 14:42
 

시리아ㆍ북핵ㆍ우크라ㆍ이란 문제 키플레이어
안보리 거부권 행사, 시리아 휴전안 제안,
대북 해상차단 반대 등 외교력 갈수록 커져
러시아 외교 강수에 딜레마에 빠진 국제사회

“모든 게 러시아 정부의 결정에 달려있다.”
이달 중순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커트 볼커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특별대표의 자조섞인 발언이다. 이번 뮌헨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결국 볼커 대표의 말대로 러시아라는 걸림돌에 막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AP통신 등 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지구촌 곳곳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면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과 타협을 하지 못한다면 지구촌에서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개입해 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국제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북한 핵, 이란 문제 등 현재 가장 민감한 이슈들이다. 이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지난해 미 대선 개입 문제도 러시아와 얽혀 있다.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동구타 지역에서 정부군의 독가스 공격을 받은 어린이들이 지난 25일 치료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동구타 지역에서 정부군의 독가스 공격을 받은 어린이들이 지난 25일 치료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뭔헨안보회의에서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했지만, 러시아가 여러 국제적 상황에서 키플레이어이고 그 뒤엔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또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룰을 제멋대로 설정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휴전 결의와 별개로 "동구타 지역에서 하루에 5시간씩 인도적 차원에서의 휴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전역에서 30일간 휴전해야 한다"며 이행시점 등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안보리 결정과는 다른 내용이다. 
영국 등은 “러시아 휴전안이 안보리 결의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반발했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관련 세력들이 휴전 결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합의를 해야만 안보리 휴전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휴전 실천 방안이 우선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러시아는 26일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에 대한 비난을 담은 결의안 채택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러시아는 26일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에 대한 비난을 담은 결의안 채택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 휴전안이 제대로 지켜지진 않고 있지만 27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에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시리아 사태에서 현재 가장 많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휴전안을 발표한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시리아에서의 러시아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이달 초 이스라엘 F-16 전투기가 시리아 공격에 의해 격추되자 푸틴 대통령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직접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I무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AP=연합뉴스]

I무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AP=연합뉴스]

 
푸틴-네타냐후 채널처럼 러시아와의 직거래도 점점 중시되고 있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 터키, 미국, 이스라엘 등 관련국 간 외교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에서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존재감은 막중하다. 26일엔 러시아가 이란 관련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되지 못했다. 이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 정부의 무기 지원을 막기 위한  것으로 영국이 마련하고 미국이 지지한 결의안이었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 관련 영향력 확대도 꾀하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의 대북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 등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를 비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도발이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의 또다른 대북 압박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원유공급을 차단해야 한다는 서방 측의 주장에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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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프랑크 바케 옌센 국방장관은 “러시아를 빼고는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는 러시아가 그만큼 많은 중요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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