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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훈, 김영철과 26일 비공개 만찬…전면에 나선 국정원

중앙일보 2018.02.28 11:39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방한 중이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접견했을 때 사전에 예고하지 않았던 인사가 자리에 등장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다. 청와대는 전날 오후 배석자로 “우리측 참석자는 정의용 안보실장, 임종석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25일 강원 평창에서 진행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면담 때도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대남정책 총괄책임자를 만나는 자리에 주무 장관인 조명균 장관이 빠지고 대신 서 원장이 참석한 것이다.
 

19일간이나 한국 머문 맹경일과 국정원 물밑라인 가동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전달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살펴보고 있다 . 문 대통령 왼쪽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앉아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전달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살펴보고 있다 . 문 대통령 왼쪽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앉아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처럼 최근 남북관계 복원과 북미대화 ‘중매’의 국가정보원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서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국정원의 국내정보 파트를 없앴다. 동시에 북한 및 해외 정보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최근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청와대가 “김여정이 오는 걸 사전에 알았다”고 한 게 대표적 사례다. 김여정 방한 때는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이 밀착 마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김영철이 왔을 때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던 26일 만찬은 서 원장과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의 공식 대북 채널 이외에 별도로 국정원 라인이 움직인다는 방증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 7일 방한했다 26일 귀환한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국정원 사이에 향후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물밑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맹 부부장은 노무현 정부때 남북장관급회담 대표를 맡는 등 대표적인 회담통”이라며 “지난달 9일 남북고위급회담 때 회담 테이블 뒤에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지휘했던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의 직책이나 과거 경력을 고려하면 단순히 북한 응원단을 지원하기 위해서만 방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3일간 머물렀던 김영철보다는 방한 19일 동안 머물면서 평양과 수시로 연락채널을 유지했던던 맹경일과 오히려 밀도있는 대화가 진행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취소된 북미 접촉과 관련해 미국은 지난 2일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보고가 됐다고 밝혔다. 서훈 원장과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라인이 가동됐다는 뜻이다. 여기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통일 안보 분야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서 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뢰도 한 몫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방한을 기해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ㆍKMC) 센터장이 극비 방문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게 사실일 경우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미국 공식 대표단이 아닌 정보라인 차원에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직 안보 당국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선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나 현상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때론 정보기관 등 비공식 라인에서 세팅을 마친 뒤, 공식 라인이 등장해 완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이처럼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찬반이 팽팽하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한때 국정원의 구호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했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며 “보안과 비밀을 다루는 정보기관이 언론에 자꾸 등장하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9년이나 중단된 상황에서 그나마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게 국정원 아니냐”며 “한반도의 운명을 가늠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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