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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노련한 상대 GM 이길 5가지 협상 카드

중앙일보 2018.02.28 11:00 경제 8면 지면보기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13) 
13일 오전 폐쇄가 결정된 GM 군산 공장. [연합뉴스]

13일 오전 폐쇄가 결정된 GM 군산 공장. [연합뉴스]

 
지난 2월 13일 국내 자동차 업계 3위인 한국GM이 20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곧바로 이 이슈는 경제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한국GM과 정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GM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GM은 지난 5년 동안 호주·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인도·유럽 등에서 공장폐쇄 카드를 들고 외줄 타기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런 식의 협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GM 사태는 어쩌다 이렇게 뜨거운 감자가 되었는가? 협상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GM vs 대한민국 정부’의 협상 구도 이면에선 이들에게 압박과 영향력을 주는 이해관계인들이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파워게임을 하고 있다.
 
 
한국 GM 사태 이해당사자 맵. [그래픽 류재언]

한국 GM 사태 이해당사자 맵. [그래픽 류재언]

 
 
이해당사자들의 '6인 6색' 욕구 
미국 본사의 해외법인장인 한국GM의 최고경영자에게 한국GM 사태는 위기이자 기회. 잘만 해결하면 본사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쌓을 수 있지만 잘못 해결하면 눈 밖에 날 수도 있는 상황.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국 GM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사 지시에 대한 철저한 복종을 견지해 나갈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 상대방은 궁극적으로 GM 본사다. 자동차 제국을 이끌던 공룡 GM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파산신청을 했고 2009년 GM은 끔찍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구조조정 후 트라우마가 생긴 GM은 몸집 키우기를 포기하고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며 2013년부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해외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왔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국의 군산공장은 수많은 해외사업장 중 하나일 뿐이다.
 
백악관이 11월 하원 중간선거를 위해 달리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고 있는 트럼프 정권은 그들이 승리했던 방정식인 미국 우선주의로 다시 한번 표심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벌써 트럼프는 GM 군산공장 폐쇄가 본인의 업적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 지엠(GM)이 오는 5월 한국 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전북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21일 한국 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공장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성태 기자

미국의 글로벌 기업 지엠(GM)이 오는 5월 한국 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전북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21일 한국 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공장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성태 기자

 
6월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시험할 무대다. 평창 올림픽 효과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는 남은 3개월 동안 민심 잡기에 올인할 것이다. 까다로운 GM 사태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문재인 정부의 역량을 평가할 것이다.
 
곪았던 고름이 결국 터졌다. 공장가동률이 형편없이 떨어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군산공장.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GM 노조는 정부와 여론을 등에 업고 확실한 매듭을 짓기를 원한다.
 
국민은 정부가 일개 다국적 기업 하나를 상대하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국민의 분명한 메시지는 군산지역의 경제, 노동자들의 일자리,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글로벌 기업의 횡포에 무릎을 꿇는 방식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치명적 타이밍에 뇌관 건드린 GM
23일 한국지엠(GM)지부 군산지회 조합원들이 부평 본사에서 열리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촉구 및 30만 노동자 생존권 인천 결의 대회'에 동참하기 위해 군산공장 동문을 통해 집결하고 있다. [군산=뉴시스]

23일 한국지엠(GM)지부 군산지회 조합원들이 부평 본사에서 열리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촉구 및 30만 노동자 생존권 인천 결의 대회'에 동참하기 위해 군산공장 동문을 통해 집결하고 있다. [군산=뉴시스]

 
GM 사태를 뜨거운 감자로 만드는 또 한가지 키워드는 바로 타이밍이다. 사실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 가능성은 이미 2013년부터 회자되어 왔다. 군산공장 생산 차량 상당수가 유럽 수출용인데 2013년 GM이 유럽에서 쉐보레 차량 판매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GM은 군산공장 폐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한국 정부에 가장 치명적인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순간까지 기다렸다.
 
2018년 6월 13일은 문재인 정부의 분수령이 될 지방선거일. GM은 지방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폐쇄일로부터 3개월 전에 선전포고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군산공장뿐만 아니라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폐쇄 여부를 검토하겠다.”
공장폐쇄 결정 발표 직후 미국 GM 본사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월 말’이라는 협상 시한까지 제시하며 다시 한번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GM 사태 일지
 
GM사태의 중요 이슈 [그래픽 류재언]

GM사태의 중요 이슈 [그래픽 류재언]

2월 13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2월 말: GM 본사 한국 정부를 압박하며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 요구

4월 초: 4월 초까지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1조 7천억원

5월 말: 군산공장 폐쇄 예정일

6월 13일: 지방선거일. 문재인 정부의 분수령

11월: 미국 하원 중간선거. 지지율 반등 노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
 
 
 
최후의 카드는 우리정부가 먼저 일어나는 것
서로 다른 욕구를 가진 이해관계인들이 얽혀 있는 한국 GM 사태에서 노련한 협상 상대인 GM을 상대로 우리 정부는 어떠한 협상 전략을 펼쳐야 할까.


①뜨거운 감자는 일단 식혀라
뜨거운 감자는 일단 식혀야 한다. 한국 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서둘러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2~3개월 정도는 족히 걸리는 실사를 굳이 서둘러 진행하는 것 자체가 5월 말 공장 폐쇄를 빌미로 압박의 수위를 높여오고 있는 GM의 전략에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 테이블에서 당사자 일방이 제시한 시한은 어떠한 법적인 효력도 없다는 점을 기억하여야 한다. 오히려 우리 정부는 한국GM을 상대로 철저하고 엄밀한 실사로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며 지방선거 턱밑을 공략하는 GM의 타임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②GM이 남긴 선례를 공략하라
한국GM을 움직이는 GM 본사의 최고경영자는 메리바라이다. GM 생산직 인턴으로 시작해 GM의 최고경영자가 된 그녀의 협상유형은 한마디로 철저한 성과 중심형이다. 2014년 그녀의 취임 이후 GM은 러시아·태국·인도네시아·유럽·인도·아프리카에서 철수했다. 세계 곳곳에서 먹튀 논란이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가차 없이 철수했다.
 
특히 호주에서는 12년 동안 무려 1조 7000억원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호주정부로부터 추가지원요청을 거절당하자 69년 동안 운영된 호주 홀덴공장을 폐쇄해버렸다. 우리 정부는 GM을 상대할 때 그들이 남긴 선례를 집요하게 공략하며 선 긋기 전략을 취해야 한다. 
 
‘당신들은 결국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을 시 철수한다는 사실이 지난 5년간의 선례를 통해 드러났다. 따라서 군산공장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제시하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있을 수 없다’는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


③오바마 행정부의 GM 길들이기를 참고하라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2011년 10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공장을 방문, 조립라인을 둘러본 후 지역주민과 근로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2011년 10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공장을 방문, 조립라인을 둘러본 후 지역주민과 근로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쓰러진 GM을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GM이 제시한 자구안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M의 자금 지원 요청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리고 ‘60일 이내에 전면 수정된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제출하지 못하면 파산을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GM은 2만명 해고, 14개 공장 폐쇄, 판매점 40% 축소, 브랜드 4개로 축소를 골자로 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안에 합의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GM을 길들였던 방식은 인상적이다. 파산을 염두에 둔 벼랑 끝 전술, 자금지원 요청 거부, 60일 이내 수정안 제출 압박전략 등은 GM을 상대하는 우리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협상 전략이다.


④깐깐한 조건부 제안을 활용하라
우리 정부의 가장 큰 우려는 GM이 호주공장폐쇄 때와 마찬가지로 핑크빛 미래를 제시하며 자금지원만 실컷 받은 뒤 떠나면 어쩌냐는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미래 특수한 불확실성이 협상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때는 조건부 제안을 활용해 상대방이 거짓 진술을 할 동기를 없앨 수 있다.
 
쉬운 예로 ‘자금지원을 약속하겠다. 단, 한국 내 생산시설을 폐쇄하거나 군산 공장 수익성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불이행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환수한다’와 같은 방식의 조건부 약정은 상대방에게 거짓 진술을 할 유인을 사라지게 하고, 불확실한 리스크에 대비한 훌륭한 솔루션으로 작용한다.


⑤협상결렬에 대비한 대안 마련을
협상력의 차이는 결국 협상결렬에 따른 대안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매력적인지로 결정된다. 즉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덜 아쉬운 쪽이 협상력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GM 공장이 폐쇄될 경우에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책과 일자리 대책 마련에 힘을 쏟음과 동시에 폐쇄된 공장을 사들여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한 호주 GM의 사례와 같이 공장 폐쇄를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는 묘안이 없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결국 GM이 가장 두려워할 협상카드는 우리정부가 협상테이블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이다.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류재언 변호사 yoolbonlaw@gmail.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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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류재언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 필진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 은퇴 이후엔 생활 전역에서 당혹스런 일들에 부딪힌다. 매 순간 일어나는 사건마다 협상을 잘 해내야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비즈니스 협상 전문가가 들려주는 성공 전략을 시리즈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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