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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생부만으로 뽑은 대학생, 수능만으로 뽑은 학생보다 학점 높다

중앙일보 2018.02.28 10:50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이른바 '학생부')만을 심사해서 뽑은 대학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만으로 뽑은 학생보다 평균 학점이 오히려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학생부와 수능은 대입의 핵심 평가요소들인데, 각 요소의 공정성과 신뢰도 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특히 학생부에 대해선 "학생부 내용이 과장·왜곡될 경우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분석은 학생부만으로도 우수한 학생을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양대는 2015학년도 신입생 이후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선 오로지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만을 심사해 합격자를 뽑고 있다. [사진 한양대]

한양대는 2015학년도 신입생 이후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선 오로지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만을 심사해 합격자를 뽑고 있다. [사진 한양대]

본지는 한양대가 2015~2017학년도 3년간 이 학교에 입학한 8347명의 성적을 입학 전형별로 나눠 분석한 보고서('한양대학교 입학생의 대학교육 성취 및 대학생활 적응에 대한 연구’)를 단독 입수했다. 한양대는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그리고 정시모집의 수능 전형 등 크게 네 가지 전형으로 학생을 뽑는다. 이중 학종에서는 지원자의 학생부만을 심사한다. 여타 대학은 학종에서 학생부 외에도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를 받아 면접도 치른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능 성적을 합격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한양대의 학종에 대해선 "신입생의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한양대, 최근 3년간 입학생 8347명 학점 분석
학종이 제일 높고 학생부교과, 논술, 정시 순
자소서·면접 없이 학생부로만 선발
"수업 정상화 " "깜깜이 전형" 평가 엇갈려


그런데 3년간 입학생 전체의 학점(4.5점 만점)을 분석한 결과는 우려와 정반대로 나왔다. 지난해 입학생에선 학종 출신 으로 뽑은 학생들의 학점이 평균 학점으로 3.43점으로 제일 높았다. 이어 학생부교과전형 출신이 3.34점, 논술전형 출신이 3.23점이었고, 수능 성적만으로 뽑은 학생들의 학점은 평균은 3.15점으로 가장 낮았다. 학종 출신이 가장 높은 학업 성취도를, 수능 성적으로 뽑은 학생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성취도를 보여 0.28점 차이가 났다.   
학종 출신 학점이 수능 출신보다 높은 것은 2015학번, 2016학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5 학번에서도 학종 출신의 현재까지 평균 학점(3.438)이 수능 출신(3.355)보다 높았다. 2016 학번에서도 학종 출신의 학점이 수능 출신보다 0.192점 더 높았다. 
 
정재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학력이 저하될 거란 우려와 달리, 매년 학종 입학생의 학업 우수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학생부만으로도 우수한 역량을 지닌 학생들을 제대로 선발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매년 개선한 결과”라 설명했다. 
정재찬 한양대 입학처장.

정재찬 한양대 입학처장.

한양대는 학생부 평가 방식을 꾸준히 수정해왔다. 국중대 입학총괄팀장은 “학종 전형을 처음 시행한 2015학년도에는 수능 최저등급과 내신 성적, 면접 등 정량적 지표를 배제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학생부의 비교과 항목 중에서도 교내 상 수상 실적 등 학생의 학업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 위주로 평가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6학년도부터는 주요 평가 지표를 교내대회 수상 실적에서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으로 바꿨다. 국 팀장은 “고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삼아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맥락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예컨대 학생부의 수학 과목 세특의 기록에 ‘수업 중 문제를 풀어나갈 때 창의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는 내용이 보이면, 이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이나 독서 목록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식이다. 학생부의 여러 기재 항목에서 해당 학생의 수학에 대한 관심과 재능이 다양하게 엿보인다면 수학 내신 등급이 4등급 이하여도 수학 관련 학과에 합격시킨다는 의미다. 
 
국 팀장은 “학생부를 통해 성적 등 정량적 지표만 보는 게 아니라, 수업을 포함한 3년간 학교생활 전체의 기록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종 출신은 대학 생활 만족도 역시 다른 전형 출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의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활 적응도’는 학종 출신이 3.671로 정시(3.522)보다 높았다. 자기주도·창의·소통·통섭 등 4가지 핵심 역량 조사도 학종 출신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연구의 책임을 맡은 함승환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종 입학생이 타 전형 출신보다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의의를 살려 고교 교육과정이 더욱 다양하고 개성 있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대 학종에 대해선 고교 교사·입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진학부장은 “수능·내신보다 학생부 기록을 종합평가하는 한양대의 학종은 고교 수업 정상화와 내실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심 부장교사는 “수능·내신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독특한 역량을 학생부를 통해 대학이 평가해준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며 “학생부 중심의 종합적 평가를 여러 대학에서 차용한다면, 학생들이 단지 내신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학교생활을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일반고 진학담당교사는 “한양대 학종은 평가 기준이 불명확해 학종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년간 수험생의 진학 지도를 해왔지만, 한양대 학종의 합격 기준을 아직도 모르겠다”면서 “자소서나 면접 등은 학생 평가를 위해 필요한 요소라 보는데, 이마저도 배제해 오히려 더욱 '깜깜이' 전형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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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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