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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유린 현장, 서삼릉 태실(胎室) 아픔 잊지 맙시다”

중앙일보 2018.02.28 10:39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 전익진 기자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 전익진 기자

 
“일제의 민족정기 유린 현장인 고양 서삼릉 태실(胎室)의 아픔을 잊지 맙시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역사 파괴의 현장인 만큼 역사교육현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장, 3.1절 행사
‘태실 안위제 및 태항아리 재현 전시회’
3.1절 99주년 맞아 고양 서삼릉 태실서

서삼릉 내 비공개구역에서 열리는 행사
일반인의 참가와 관람 허용…최초 행사
“태실을 원래 조성지에 복원해야 한다”

 
김득환(60)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김 소장은 3.1절 99주년을 맞아 3월 1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서삼릉(사적 제200호) 내 태실에서 ‘3.1절 맞이 서삼릉 태실 안위제 및 태 항아리 재현 전시회’를 연다.  
 
서삼릉 태실은 조선 왕족이 출생할 당시의 태(胎)를 항아리에 담아 모아 보관한 태실 집장지다. 태실에는 현재 조선 왕의 태실비(胎室碑)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태실비에는 주인공과 건립 시기, 원래 위치 등이 기록돼 있다.  
 
김 소장은 “전국 각지 명산에 조성됐던 태실은 조선왕실에서 관리를 임명, 엄격히 보관해왔는데, 1928년 조선총독부가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이곳으로 모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는 조선 왕조의 존엄성을 비하하고, 백성들에게 조선의 멸망을 확인시켜주려는 음모에서 전국의 태실을 파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 전익진 기자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 전익진 기자

 
“당시 조선총독부는 ‘태실이 파괴될 염려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 각지의 있는 왕과 왕손의 태실 54위를 파내 이곳에 옮겨와 서삼릉 태실을 조성했습니다.” “일제는 당시 화강석 재질의 관으로 태 항아리를 보관하던 우리의 전통적 조성방식인 태함(胎函)을 무시한 채 시멘트 관으로 바꾸고, 태실 주변을 날 일자(日)형으로 담을 둘러 민족정기를 말살하려고 했죠.”
 
김 소장은 “현재 원 상태로 보존된 태실은 전국 10여 곳 정도지만 조선 후기에는 전국 130여 곳에 태실이 있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태실을 원래 조성된 곳에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6년 문화재연구소가 서삼릉 태실의 철제 담을 없애는 등 왜색이 짙은 태실을 정비했지만, 아직 태실의 규모나 내부시설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시 발굴된 태 항아리 등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다.
민족 정기가 유린된 아픈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서삼릉 태실 집장지. 조선 역대 임금의 태실비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전익진 기자

민족 정기가 유린된 아픈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서삼릉 태실 집장지. 조선 역대 임금의 태실비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전익진 기자

민족 정기가 유린된 아픈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서삼릉 태실 집장지. 조선 역대 임금의 태실비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전익진 기자

민족 정기가 유린된 아픈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서삼릉 태실 집장지. 조선 역대 임금의 태실비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전익진 기자

 
김 소장은 고양문화원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를 주관한다. 그는 태실이 일제강점기에 강제 이장된 지 90주년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 준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훼손된 역사의 현장인 서삼릉 태실에서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해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던 3. 1절을 기념하고, 조선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소개했다. 서삼릉 내 비공개구역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일반인의 참여와 관람이 허용된다.  
일제가 만들었던 서삼릉 태실의 철문도 왜색이 짙은 구조물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일제가 만들었던 서삼릉 태실의 철문도 왜색이 짙은 구조물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의 광경.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의 광경.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그는 서삼릉에서 출토된 태조, 세종, 세조, 성종, 예종, 인종, 선조, 경종 등 조선 왕의 태 항아리 31개를 재현 제작해 전시회를 연다. 김 소장은 “고양문화원과 서삼릉태실연구소가 광주왕실도예조합에 의뢰해 발굴된 태 항아리를 실물 그대로 재현 제작했다”며 “일제에 의해 희생된 우리 역사의 한 자락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추진했다”고 말했다. 태 항아리 재현 제작을 위해 김 소장은 자비 4300여 만원을 들였다. 김득환 소장은 “역사교육을 위해서도 태실이 일반에 상시 개방돼야 한다”며 “현재 공공기관이 위치해 훼손된 세계문화유산인 서삼릉 일대에 대한 원상복원도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민족 정기가 유린된 아픈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서삼릉 태실 집장지. 조선 역대 임금의 태실비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전익진 기자

민족 정기가 유린된 아픈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서삼릉 태실 집장지. 조선 역대 임금의 태실비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전익진 기자

서삼릉 태실 위치도. 박춘환 기자

서삼릉 태실 위치도. 박춘환 기자

 
그는 이번 3.1절 고양문화원·전주이씨대동종약원(전주이씨 전국총연합회) 등과 함께 안위제도 지낸다. 안위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에서 조선왕조 역대 임금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진행한다. 왕릉 제향(祭享)의 진설도(陳設圖)에 따라 안위제 제상을 차리고, ‘종묘제례보존회’ 이은홍 제례이사가 진행한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야 할 조선의 세계적인 문화유산, 태실’을 주제로 동영상도 제작, 현장에서 상영한다. 부대 행사로 3.1절 헌시(獻詩) 낭송, 살풀이춤 위안 공연. 전국의 태실 사진전시회 등도 진행한다.
관람 문의는 서삼릉태실연구소(031-965-3339)로 하면 된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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