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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후원'에 '갑을관계 후원'까지…국회의원 후원금의 속살

중앙일보 2018.02.28 06:00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매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현황을 공개할 때마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국회의원이 동료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품앗이 후원’, 시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갑을관계 후원’이다.
 
선관위가 27일 공개한 ‘2017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내역’을 살펴보면 후원자가 자신의 직업을 ‘국회의원’, ‘정당인’, ‘시의원’ 등으로 밝힌 이는 21명이다. 자신의 직업을 ‘기타’로 적었지만 김삼화ㆍ윤상현ㆍ채이배ㆍ조정식 의원 등 실제로는 국회의원인 경우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동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주는 품앗이 후원은 여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의원은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기동민ㆍ윤호중 의원에게 500만원 씩을 후원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기동민 의원에게, 조정식 의원은 황희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냈다. 자유한국당은 두 비례대표 의원이 서로 후원을 해줬다. 윤종필 의원과 전희경 의원이 서로에게 500만원씩의 후원금을 냈다. 윤 의원은 역시 비례대표인 임이자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원유철 의원에게, 윤상현 의원은 김성원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을 후원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린 국민의당 의원들은 품앗이 후원을 손금주 의원에게 몰아줬다.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김삼화ㆍ채이배 의원과 송기석 전 의원은 손 의원에게 2017년 초 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손 의원은 당시 초선 의원으로는 드물게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손 의원에게 후원한 의원들 모두 초선 의원이다.  
 
통합과정에서 결별한 품앗이 후원자도 있다.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박주선 의원은 황주홍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분당 이후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에서 당 대표를, 황 의원은 민주평화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박인숙 의원은 유승민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박인숙 의원은 이후 지난 1월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당시 유 의원은 “박인숙 의원이 탈당했는데, 저를 포함해 아무도 몰랐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광역ㆍ기초 의원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고액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서울 중ㆍ성동갑)은 김달호 성동구의회 의장에게서 350만원을, 윤종욱 성동구의회 부의장에게서 440만원을 후원 받았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북)은 포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희수ㆍ한창화 경북도의원으로부터 각각 310만원, 400만원을 후원받았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남ㆍ울릉군)은 이상구 경북도의원에게서 500만원, 이해수ㆍ정해종 포항시의원에게서 500만원, 한남조 울릉군의원에게서 500만원을 후원 받았다.  
 
광역ㆍ기초 의원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건 정치자금법상으로는 제약이 없다. 다만 국회의원이 광역ㆍ기초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후원을 받은 한 국회의원은 “후원을 강요한 적이 없고, 공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후원한 사실도 지난 연말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회의원도 “후원을 강제한 적이 없을 뿐더러,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금을 낸 한 기초 의원은 “공천에 영향을 끼칠 목적은 없었고, 지역구 의원의 의정활동 방향에 동의해서 후원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광역 의원은 “같은 당 소속으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그동안 의원들에게 후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이 자신을 ‘셀프 후원’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에 500만원을 냈다. 채 의원은 “남에게 후원을 부탁하면서 막상 자기 자신은 안 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에서 후원을 했다”고 말했다.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은 사용처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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