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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강남 잡으려 날 세운 분양가상한제...4차례 기회에도 안 쓴 이유는

중앙일보 2018.02.28 06:00
올 초 분양시장에서 최고 '로또 아파트'로 꼽히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분양가자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할 것 같다.

올 초 분양시장에서 최고 '로또 아파트'로 꼽히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분양가자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할 것 같다.

3.3㎡당 3500만 vs 4300만 vs 5000만원.  
 

강남 지난해 11월부터 상한제 요건 충족
이달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집값 크게 올라
마포·영등포·은평, 경기도 과천도 해당
"상한제 명분보다 실익 적어"
청약과열 부추기고 가격 인하 효과에 한계

내달 분양 예정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예상 가능한 분양가 시나리오다. 이 아파트는 공무원 단지인 옛 개포8단지다.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움이 2015년 부지를 3.3㎡당 6094만원에 낙찰받아 짓는다. 최고 35층의 전용 41~176㎡ 1996가구다. 이중 임대 306가구를 뺀 1690가구가 일반 분양분이다.  
 
재건축 단지 내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 분양분이 불과 100~200가구에 그치는 강남권 분양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많은 일반 분양 물량이다. 강남구에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다. 서초·송파구를 포함한 강남권 전체로는 4500여 가구다.  
 
강남권 내에서도 입지여건이 좋은 데다 국내 대표적인 대형건설사가 짓는 단지여서 올 초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자연히 분양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강남권에 보기 드문 대규모 일반분양 
 
이 단지는 택지지구·신도시 같은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택지의 일반 민간주택사업장이다. 민간택지는 분양가 상한제 의무 적용 지역이 아니다. 정부가 요건을 심사해 시·군·구 단위로 대상 지역을 선정할 수 있다.
 
현재까지 민간택지 내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다. 상한제는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 이하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는 분양가 규제다.    
정부가 강남구를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예상 분양가는 땅값 등을 고려하면 3.3㎡당 3500만원 정도다. 아무리 비싸도 4000만원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 시세는 이 가격보다 비싸다. 본지가 지난해 10월 이후 거래된 분양권 82건의 실거래가격을 집계한 결과 3.3㎡당 평균 5000만원이었다. 최고 거래가격은 6000만원이 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말 개포동 옛 주공2단지를 새로 짓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126㎡가 24억여원에 거래돼 3.3㎡당 6017만원이었다. 분양가에 3.3㎡당 평균 700만~1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3억원 선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언감생심’이다. 법적으로는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 업체가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분양보증권을 쥐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간접 규제해서다.  
 
HUG는 지난해부터 강남권 등 주요 지역에서 분양가를 앞선 가격보다 10%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일대 최근 분양가는 바로 옆 개포동 옛 개포시영 재건축 단지(래미안강남포레스트) 3.3㎡당 4243만원이다.  
 
HUG의 허용 범위가 10%라 하더라도 강남권에선 인상 폭이 커 4600만원선까지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본다. 앞선 가격들과 비슷한 4300만원 정도로 예상한다.
이처럼 강남권에 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 민간택지 상한제 기준을 촘촘하게 만든 것도 이런 기대효과 때문이다. 집값 급등세에 일조하는 고분양가를 규제하려는 목적이었다.  
 
바뀐 상한제는 지난해 10월 시행됐다.  
 
정부는 물가상승률과 비교한 집값 상승률, 주택매매 거래량, 청약경쟁률 등을 기준으로 매달 지정할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의 2배가 넘는 집값 상승률이 필수 공통요건이다. 
 
여기다 직전 3개월간의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거나 5대 1 이상 청약경쟁률 등의 요건에 맞으면 상한제 지정 후보가 될 수 있다. 
 
시행 첫 달인 지난해 11월엔 서초구를 제외한 강남·송파구 등이 요건에 맞았다. 지난해 말 물가가 떨어지고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12월부터는 이달까지 3개월 연속 강남3구가 모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달 현재 강남3구를 제외하고 보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모두 상한제 필수요건인 집값 상승률 기준에 맞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과 과천·분당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물가상승률이 서울 0.09%, 경기도 0.04%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구의 집값 상승률은 최저 0.48%(노원구)다. 과천이 1.44%, 분당은 2.68% 뛰었다.  
주택거래량이 강남구(1.21배)와 과천(1.34배)에서 전년보다 20% 넘게 늘었다.   

 
이달 마포·영등포구 등과 과천도 지정 가능
 
지난해 이후 청약경쟁률로는 서초·송파구와 마포·영등포·은평구가 대상이다. 강남권과 마포·영등포구는 주택담보대출 건수 규제를 받는 투기지역이기도 하다.
 
자료: 통계청 한국감정원

자료: 통계청 한국감정원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그런데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강남권을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기회를 연속 4번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 정도면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왜 그럴까.  
 
명분보다 실익이 적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상한제로 분양가는 낮출 수 있어도 ‘로또’ 기대감에 청약은 더 과열될 수 있다. 지난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돼 억대의 웃돈이 예상된 강남권 분양시장이 단적인 예다.
 
 3.3㎡당 4000만원이 넘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어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수십 대 1의 경쟁률 행진을 이어갔다. 분양가 인하보다 청약 과열이 부각돼 규제가 시장을 더 달아오르게 하는 역설을 낳게 된다.  
 
상한제가 '로또 아파트' 낳아 청약 과열 부추겨 
 
이미 HUG가 분양가에 제동을 잘 걸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굳이 상한제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  
 
지난달 과천 재건축 단지 분양에서 HUG의 제한 대로 분양가가 기존보다 10% 이내에서 오르는 데 그쳤다. 사업자 측이 당초 기대한 가격이나 주변 시세보다 낮았다.  
 
HUG는 지난달 말 3.3㎡당 6300여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의 분양보증을 거절했다. 결국 HUG의 기대 범위에서 분양가가 정해질 것 같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상한제가 오히려 HUG의 규제보다 분양가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단지는 택지를 일정한 가격에 공급받은 게 아니어서 땅값을 감정가격으로 매긴다. 거의 시세 수준이다. 
 
2014년 이후 집값 상승세를 타고 공시지가 기준으로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땅값이 30% 이상 올랐다. 재건축 단지의 상한제 가격 인하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 잠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은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평균 시세와 별 차이 없었고 가장 비싼 시세보다 10%가량 낮았다. 
 
2013년 10월 강남구 대치동 옛 청실(래미안대치팰리스)가 상한제에 따라 3.3㎡당 3200만원에 분양됐다. 당시 대치동에서 가장 비싼 대치아이파크가 3.3㎡당 3500만원이었다.  
반포동에서 비교적 근래에 지어진 아파트의 시세가 3.3㎡당 5500만원 이상이다. 지금까지 반포동의 최고 분양가는 HUG의 제한으로 아직 4300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업계는 반포동 재건축 단지에 상한제를 적용하면 3.3㎡당 4500만원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상한제로 재건축 분양가 더 오를 수도 
 
서초구 서초동에 올해 들어 준공된 옛 우성2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서초에스티지S의 시세가 3.3㎡당 5000만원이 넘는다. 이미 규제를 피해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다음 달 분양예정인 인근 우성1차 재건축 단지의 예상 분양가는 4300만원 정도다. 만약 이 단지에 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4300만원은 넘을 수 있다.  
 
상한제는 기존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강남권 기존 주택 가격과 분양가가 따로 놀고 있다. 집값은 뛰지만 분양가는 HUG 덕에 제자리걸음이다. 
 
상한제는 고분양가가 집값을 밀어 올리는 연쇄반응을 끊기 위한 것인데 연결고리가 없어진 상태다. 분양가를 더 눌러봐야 집값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또한 정부가 때를 놓쳤다. 민간택지 상한제의 타깃은 분양가가 뛰는 재건축 단지다. 재건축 아파트는 상한제 지역 지정 이후 일반분양계획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분부터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부담금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서둘러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했다. 상한제로 잡을 수 있는 ‘대어’들이 달아나버렸다.  
 
정부가 지금 지정할 경우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되는 시기는 빨라야 1년 반에서 2년 뒤다. 관리처분 신청에서 착공 무렵 일반분양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상한제 지역 지정과 효과까지 시차가 너무 긴 셈이다.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같은 재건축 이외 단지에서만 효력이 바로 나타난다. 재건축 사업장 이외에선 분양 직전에 하는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분부터다.  
 
정부는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이르기까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쓴 주택시장 규제책을 대부분 다시 활용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거의 유일하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칼만 갈고는 칼집에 넣어둔 채 꺼내지 않고 있다. 그냥 녹슬어버릴지, 조만간 예리한 날을 번득일지 주택시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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