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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이팔성 메모’ 확보 … MB 사위 측에 22억 준 정황 담겨

중앙일보 2018.02.28 02:30 종합 10면 지면보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팔성(74·사진)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48) 삼성전자 컴플라이언스팀장(준법경영 담당 전무) 등에게 22억여원의 돈을 건넸다고 적힌 메모와 비망록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중이다. 검찰은 여기에 적힌 대로 실제 돈이 이상주 전무에게 전달됐는지, 해당 돈 중 일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흘러갔는지 등을 캐고 있다.
 

“이상주 14억5000만원, SD 8억”
이 전 회장 자택 압수수색 때 발견

200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올라
인사 청탁 위해 이상주 접촉 정황
MB측 “관련 없는 돈, 명예훼손”

27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동계올림픽 기간 이팔성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불법 자금 집행을 정리한 한장짜리 메모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적힌 비망록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 자료에는 ‘SD(이상득) 8억원’, ‘이상주 14억 5000만원’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0월 선거자금 용도로 약 8억원,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듬해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약 3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14억5000만원을 추가로 줬다는 것이 이른바 ‘이팔성 메모’의 구체적 내용이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 출신인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2년 선·후배 사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KDB산업은행 회장과 함께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시기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은 2004년 우리투자증권 사장에서 물러난 뒤 ‘야인’으로 있다가 이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그 이듬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에 올랐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상근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2008년 3월에는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공모했으나 떨어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애초부터 ‘인사 청탁’을 목적으로 이상주 전무와 접촉했다고 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두 사람 사이에서 사례금 명목으로 한차례에 5000만~1억원대의 돈이 지속적으로 오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거래소 이사장 선임에 낙마하고 석 달 만인 2008년 6월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약 3년 뒤인 2011년 2월에는 우리금융지주 최초로 회장직을 연임하는 데 성공한다.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에 따르면 이상주 전무에게 돈 전달이 종료된 시기(2011년 2월)와 일치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무뿐 아니라 돈을 건넨 쪽도 이미 조사했다”고 밝혔다. 돈의 성격에 관해선 “공공성을 띠는 금융 공기업 자리와 관련된 돈”이라며 “당선 축하금·사례금 등 여러 가지 목적의 자금이 섞여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이 전 회장을 세 차례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무가 이 전 대통령 취임(2008년 2월 27일) 이후에도 돈을 받았다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취임 이전에 받은 자금이 일부 있더라도 그 이후에 돈이 건네졌다면 전체적으로 하나의 범죄인 ‘포괄일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뇌물수수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지만, 이 전무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다.
 
검찰은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이 전무를 소환조사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돈을 건넸다는 사람을 불러달라”며 대질신문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4억5000만원은 이 전무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돈이고, 대선자금으로 받았다는 8억원 역시 이 전무는 이 전 회장으로부터 선거 자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아 연결만 해 줬을 뿐 얼마가 오갔는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이번 의혹은 이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이 전무 개인의 명예에 해를 끼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도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듣지 말고 중간에서 ‘배달사고’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27일 이 전 회장 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검사 출신인 이 전무는 2004년 삼성화재 법무 담당 상무보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삼성전자로 이직했고 현재 법무실 내 컴플라이언스팀장을 맡고 있다. 
 
김영민·박사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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