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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ICT 올림픽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중앙일보 2018.02.28 01:50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준호 산업부 차장

최준호 산업부 차장

3만 안시(밝기의 단위)의 초대형 빔프로젝터 75대와 관중석마다 하나씩 설치된 3만5000개의 LED디스플레이가 2만8300㎡(약 8500평) 규모의 올림픽 개·폐회식장 전체를 거대한 스크린으로 만들었다. 관중석에는 92개국 참가국 국기를 비롯한 여러 장면이 마치 북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거대한 카드섹션처럼 펼쳐졌다. 지름 72m에 달하는 바닥에 비친 형형색색의 미디어아트는 다양한 공연과 어우러져 환상의 무대를 이끌어냈다. 관중석 전체를 LED로 스크린화한 것도 세계 최대지만, 개·폐회식 처음부터 끝까지 대규모로 미디어아트를 진행한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강릉 경포호 주변 도로엔 대형버스와 미니버스·승용차로 구성된 이색 ‘차량팀’이 매일 8시간씩 운행했다. 차량 세 대 모두 운전자는 없었지만 차량 간격과 차선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렸다. KT의 5G 통신과 자율주행 기술을 융합한 ‘5G 커넥티드 차량’이었다. 자율주행차까지는 아니더라도 5G 활용은 세계 최초였다. 수소연료전지와 자율주행을 결합한 승용차도 올림픽 동네 평창과 강릉을 돌아다녔다.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자 넥쏘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였다.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지만 한편으론 첨단 기술의 향연장이기도 하다. 한 도시로 이목이 집중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외신들은 올림픽 기간 선보인 이 같은 모습에 감탄했다. 미국 CBS 방송은 “대한민국에서 열린 올림픽은 현재까지 개최된 올림픽 중 최신 기술이 가장 많이 집약된 올림픽”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ICT(정보통신기술) 올림픽’을 노래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서는 어깨가 으쓱할 일이다.
 
하지만 ICT 올림픽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2위, 국가 R&D 과제 성공률 98%라는 자랑거리에도 성장 엔진이 될 기술 하나 나오지 않는 나라이기에 더욱 그렇다. 평창에 넥쏘를 내놓은 현대차는 세계 최고의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을 보유하고도 수소 스테이션을 비롯한 관련 인프라가 없어 세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평창의 밤하늘에 1000여 개의 인텔 드론이 수놓았지만 정작 국내 드론 관련 산업은 이중·삼중 규제로 허덕이고 있다.
 
30년 전 이 땅에서 치른 서울올림픽은 한국 사회에 도약의 기회가 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현대차는 승용차로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그 덕에 5000달러에도 못 미치던 1인당 GDP는 3만 달러까지 도달했다. 지난 17일간의 자랑이 또 다른 30년의 성장 엔진으로 변하길 고대(苦待)한다.
 
최준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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